바둑 둘 때 제일 바쁜건 '미간 쪽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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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예측 등 전략적 사고 담당금전거래 협상 등 전략적 사고가 필요할 때 미간 위 안쪽에 있는 뇌 영역이 주로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UNIST-美 연구진 공동 연구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정동일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미국 마운트시나이아이칸의대 공동 연구팀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활용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발표했다.연구팀은 48명을 대상으로 일종의 ‘최후통첩 게임’을 디자인해 실험했다. 최후통첩 게임은 두 사람이 돈을 나눠 갖기로 합의한 뒤, 한 사람이 특정 제안을 했을 때 상대방이 거부하면 둘 다 돈을 갖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게임을 말한다. 1982년 제안된 게임이론으로 심리 분석에 주로 이용된다.
피험자 48명은 컴퓨터 알고리즘인 A, B와 20달러를 두고 각각 최후통첩 게임을 40차례 벌였다. A는 피험자가 첫 제안을 거절하면 다음 게임에서 제안 금액을 늘리고, 수락하면 반대로 제안 금액을 줄였다. 반면 B는 추가 제안 금액을 예상치 못하게 바꿨다. A를 상대할 때만 협상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실험 결과 피험자들이 A를 상대했을 때 획득한 금액 총합이 B보다 높았다. 그리고 이때 fMRI상 뇌의 ‘복내측 전전두엽’이 특히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복내측 전전두엽은 인지와 가치판단 등을 담당하는 뇌 앞쪽 가운데서도 눈썹 위 안쪽을 말한다.별개로 134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에서도 48명을 실험할 때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 관계자는 “눈앞의 이익을 떠나 두세 수를 앞서 보는 전략적 사고를 할 때의 과정을 뇌과학적으로 밝혔다”며 “후속으로 복내측 전전두엽의 기능 상실이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 학술지 ‘이라이프’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