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지대공미사일 '천궁' UAE에 4조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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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 제치고 계약 임박국내 기술로 개발한 국산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천궁 Π’가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으로 수출된다. 계약금액은 약 4조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
'미사일 잡는 미사일' 요격 기능
한화시스템·기아 등 '원팀' 쾌거
천궁 Π는 탄도미사일 요격 기능까지 갖춘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 무기다. LIG넥스원이 주도한 천궁 Π 무기체계 개발에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기아 등 국내 민간 기업이 다수 참여했다. 이번 수출로 국내 방산기업의 우수한 무기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산 대공미사일 첫 수출
UAE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트위터 공식계정을 통해 한국의 방공 체계인 M-SAM(천궁 Π)을 들여오기 위해 35억달러(약 4조14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 도입 대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UAE 국방부는 “한국과 UAE의 협상이 진전 단계에 이르렀으며 최종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19일까지 UAE에서 열리는 두바이 에어쇼에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연내 계약 체결이 유력시된다”고 밝혔다.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방위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수출이 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천궁 Π는 미국과 이스라엘 업체를 제치고 수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 Π를 개발 및 양산하는 LIG넥스원과 UAE 정부가 계약을 맺게 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요격 기능까지 갖춰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 Π는 주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활용돼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린다. 초기형인 천궁 I과 달리 탄도미사일 요격 기능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LIG넥스원이 2012년부터 5년간 개발해 2018년 양산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11월 군에 인도했다. 요격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명중률이다. 천궁 Π는 국방기술품질원의 2017년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했다. 최대 속도는 마하 5로, 초속 5㎞로 낙하하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길이는 4m, 무게는 400㎏, 미사일 한 발 가격은 15억원에 달한다.천궁 Π는 사격통제소, 다기능레이더, 3대의 발사대 차량 등으로 1개 포대가 구성된다. 발사대 하나당 8발의 요격 미사일을 실을 수 있다.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 차량은 기아와 한화디펜스가 개발했다. UAE 수출 과정에서도 LIG넥스원뿐 아니라 이들 기업이 ‘원팀’을 꾸려 수주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 Π의 대규모 수출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에서 LIG넥스원 주가는 전날 대비 15.72% 상승했다.민수 복합 방산기업 목표
LIG넥스원은 1976년 금성정밀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국내 1세대 방산기업이다. 1999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LIG그룹의 핵심 자회사다. LIG그룹이 2004년 LG이노텍 시스템(방산)사업부를 인수해 넥스원퓨처스로 출범했다. 2007년 현 사명으로 새출발했다. ㈜LIG가 작년 말 기준 지분 46.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미사일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LIG넥스원은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아 ‘민수 복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이 올 3월 주주총회에서 내세운 민수 주력 분야는 △우주항공 △수송드론 △자율주행 등이다.LIG넥스원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35년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한국은 현재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이 없어 미국시스템(GPS)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다수의 무인기 시스템 체계종합 등 국방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도심항공교통(UAM)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강경민/문혜정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