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작심비판한 양정철 "절박함 없다"

"이재명 후보만 죽어라 뛰어
이런 유유자적 2007년 후 처음"

여권의 ‘책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사진)이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해 “절박함이 안 느껴진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17일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외유 나갈 생각도 하고,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양 전 원장은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 전문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날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전한 간담회 내용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이재명) 후보만 죽어라 뛰고, 책임 있는 자리 맡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선이나 대표·원내대표를 계산에 두고 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탄식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2~3주 안에 궤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지지율이 고착되고 판을 뒤집기 어렵다”고 했다.

양 전 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처음 보는 희한한 구조”라고 혹평했다. “권한과 책임이 모호하고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못 갖춘 비효율적 체계”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하던 마음으로 이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고, 후보 핵심 측근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를 그만둘 각오까지 해야 한다”며 “후보가 중심을 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양 전 원장의 비판에 대해 “대선 승리를 위한 채찍과 쓴소리로 다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양 전 원장은 많은 굵직한 선거를 치러봤고 기획력 등 여러 큰 강점을 가진 분”이라며 “가열차고 신속하게 일하라는 주변의 염려와 질책을 받아들여서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