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펀드매니저 61% "인플레 일시적"…"신흥시장 주식 사라"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주식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내년에 가장 수익률이 높을 자산으로 신흥시장(EM) 주식을 꼽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7일(현지시간) 11월 글로벌펀드매니저 서베이(FMS) 결과를 발표했다. 운용자산이 1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388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이들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내 현금 비중은 지난달 설문에서 4.7%를 차지했었는데, 이달 4.4%로 감소했다. 이 돈으로 주식을 사면서 주식 비중은 52%로 높아졌다. 2013년 8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 및 기업 이익에 대해선 지난달 설문에선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았었는데, 이달엔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각각 3%, 6% 더 많게 나타났다.

이들이 경제 성장, 기업 이익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주식 비중을 높인 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1%로 전달의 58%보다 높아졌고, '지속적'일 것으로 본 이는 전달 38%에서 이달 35%로 감소했다.
이들은 시장 위험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1위로 가장 먼저 꼽았다. 그러나 그 비율은 지난 달 48%에서 이달 33%로 낮아졌다.

이들은 미 중앙은행(Fed)이 내년에 평균 1.5회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Fed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릴 것으로 본 사람이 39%,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점친 이가 37%였다. 인상하지 않으리라고 본 펀드매니저는 13%에 불과했다.

이들이 예상한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평균 10월22일이었다. 시장에서는 내년 7월께 금리가 처음 인상될 것이란 베팅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비해 펀드매니저들은 석달 가량 더 늦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Fed가 공격적으로 긴축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이들은 지금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①기술주 매수 ②비트코인 매수 ③ESG 매수 ④미 국채 매도를 들었다. 기술주 매수와 비트코인 매수는 지난달보다 응답자가 더 증가했다.

또 내년에 가장 수익률이 높을 것 같은 자산으로는 ①신흥시장 주식을 꼽았다. ②미국 주식 ③비트코인 ③원유 ④금이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미 국채 30년물 등 채권 투자를 꼽는 이는 2~3%에 그쳤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의 60% 이상은 앞으로 12개월간 좋은 실적을 내는 고품질 주식이, 성장성은 좋지만 이익을 못내는 기업에 비해 선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