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올해도 사라진 응원전…삼삼오오 배웅으로 차분히 진행

경기 버스파업 철회됐지만 일부 수험장 앞 교통 혼잡

올해 경기지역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장 주변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난해에 이어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과거 익숙했던 장면의 응원전은 사라졌고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수험생을 배웅하는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험이 시작됐다.
18일 오전 7시 30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태장고에는 마스크를 쓰고 가방을 든 수험생들만 하나둘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끌벅적한 대규모 응원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수험생들은 배웅에 나선 가족과 후배, 친구와 함께 삼삼오오 수험장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거나 손뼉을 마주치며 기를 북돋고 수험장으로 몸을 돌렸다.

수험생 이승민(18) 군은 "코로나가 걱정돼 2주 전부터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공부했다"며 "일부러 마스크를 쓰고 모의고사를 풀어보며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정현주(45) 씨는 "입실 종료 시각까지 50분 남았지만, 혹시 아들이 두고 온 게 있으면 가져다주려고 정문 앞에 있다가 집에 가려고 한다"며 수험장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인근 조원고 앞에서도 전통처럼 이어지던 왁자지껄한 응원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자녀와 선배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가족들의 간절함과 후배들의 애틋함이 응원전이 사라진 자리를 채웠다.

출근길에 둘째 딸을 배웅한 한 학부모는 그동안 수험생활로 고생했을 딸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이날 하루 회사에 연차를 낸 이모(51) 씨는 "딸이 수능 보는 날이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아 아예 휴가를 내고 아이를 배웅했다"며 "실수하지 말고 아는 만큼 쓰고 나오라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미숙(51) 씨는 "오늘 아침 아이가 늘 먹던 계란찜과 김치 볶음을 해주고 좋은 글귀를 건네줬는데 실수 없이 잘 해내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수원시 효원고 앞에는 수원고 교사 등 주변 학교 교사들이 나와 제자 수험생들과 악수를 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힘을 북돋웠다.
한 교사는 "우리 학교 제자 120명이 시험을 보는데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입실 종료 시각이 다가오자 교사들은 "뛰어야겠다"며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챙기고선 소속 학교로 돌아갔다.

효원고 정문은 오전 8시 10분 수원남부경찰서 소속 경찰 사이드카를 탄 마지막 수험생이 들어선 뒤 닫혔다.

이 수험생을 이송한 유정은 경위는 "자동차로 이동했으면 제시간에 오지 못했을 것 같은데 무사히 학생을 이송해 안심된다"며 숨을 돌렸다.

한편 경기지역 23개 버스업체 노조는 이날 새벽 예정된 사측과의 임금 단체협상이 결렬될 경우 첫차부터 파업을 예고했으나 다행히 극적 합의가 이뤄져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대중교통이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해서인지 일부 수험장 앞에는 수험생을 태우고 온 차량이 몰려 혼잡이 빚어졌다.

경찰은 수험장 주변과 혼잡 교차로에 교통경찰과 모범운전자 등 2천119명과 순찰차 425대를 투입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주차단속 요원을 배치하는 등 교통정리에 나섰다.이번 수능은 경기지역에서는 349개 시험장에서 치러지며 14만3천942명이 응시 원서를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