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응원 없었다…가족들 격려 속 조용한 입실

코로나가 바꾼 시험장 풍경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 한 어머니가 수험생 자녀를 격려하고 있다. 장강호 기자.
“시험보는 건 아이인데, 제가 긴장해서 어젯밤 4번이나 깼어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18일 아침 7시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 용산구에서 온 학부모 이성애씨(46)는 “노력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테니까, 최선을 다해”라고 외친 뒤 딸을 힘껏 끌어 안았다. 아버지, 어머니에 동생 2명까지 온가족이 나서 시험장으로 향하는 첫째딸을 배웅했다.이씨는 “코로나 확산에 학교도 못가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느라 아이가 컨디션 조절을 힘들어했다”며 “무사히 시험을 마친 후에 약속한대로 저녁에 멕시코 음식을 먹으러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입실 후에도 교문 지키며 응원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후배들의 시끌벅적한 응원은 없었다. 가족과 친구들만 조용히 수험생을 배웅했다. 학교 담장 너머로 사라지는 자녀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고에서 한 어머니는 자녀를 배웅한 후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교문 앞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 어머니는 교문 앞에 손바닥을 댄 후 기도하듯 1분 가량 눈을 감은 채 서있었다.

학부모 윤모씨(50)도 입실 마감 시간인 8시 10분까지 교문 앞을 지켰다. 윤씨는 “7시 15분에 도착해 이미 아이가 입실했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교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이어 “아침은 소고기뭇국이었는데 아이가 긴장해서 많이 못 먹었다”며 “도시락은 평소에 자주 먹던 전복죽, 계란말이, 볶음김치로 준비했는데, 졸릴까봐 많이 싸진 않았다”고 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 수험생 자녀를 들여보낸 후에도 학부모들이 교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장강호 기자.
광진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걸려 이화여자외고에 도착했다는 학부모 김모씨는 “눈물이 나죠.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라며 “늦둥이라서 큰 아이들 수능보던 때와 조금 다른 감정”이라고 했다.

○포근한 날씨에도 “담요 챙겨가야지”

이날 아침 날씨는 영상 10도를 웃돌며 포근했지만 수험생들은 두꺼운 옷차림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개포고의 한 학부모는 롱패딩을 입은 자녀에게 “이거 가져가야지”라며 담요를 들려보냈다. 입실하는 딸의 뒷모습을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찍던 아버지 김모씨(49)는 “우리 애가 재수생”이라며 “작년에는 수능이 12월이라 너무 추웠는데 올해는 11월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 한 어머니가 수험생 자녀를 격려하고 있다. 장강호 기자.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친구들도 있었다. 대학생 최유진씨(20)는 “친구에게 호랑이 기운을 전해주고 싶어서 호랑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왔다”며 “친구가 도시락으로 유부초밥만 싸왔는데, 탐구과목 시험을 볼 때 쯤 배가 고파질 것 같아 간식을 전해줬다”고 했다.입실 완료 시각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수험생도 있었다. 이화여자외고에서는 8시 1분쯤 경찰차를 타고 온 여학생 한 명이 급하게 내려 학교로 뛰어들어갔다. 개포고에서는 교문이 닫히는 8시 10분, 한 어머니가 달려와 경비원에게 자녀의 도시락을 건네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2학년 5반 교실”이라며 도시락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 입실 완료 시각인 8시 10분에 임박해 도착한 수험생이 택시에서 내려 뛰고 있다. 장강호 기자.
최예린/장강호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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