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더이상 당연해 보이지 않을 때 정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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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1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인간은 싫든 좋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는 그 불가피한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의미한다. 세상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으며, 권선징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흔치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헤쳐 나아가는 것이 곧 정치다.
김영민 지음
어크로스
303쪽| 1만6800원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는 인간에게 정치가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 정치로 할 수 있는 일과 나아가야 할 길 등을 모색한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썼다.정치는 기존의 현실과 제도 등 당연해 보이던 것을 낯설게 바라볼 때 존재한다. 저자는 “당연해 보이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해 보이지 않을 때, 현실의 그늘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위태롭게 존재하는 이들이 보일 때 정치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치를 외면하려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고대 아테네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조용히 은거하면서 자기 삶의 안위와 쾌락만 추구하다가 일생을 마치는 일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그러나 페리클레스는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런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으로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국가 권력을 창출하고자 투표장에 간 순간, 흩어져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던 사적 존재들은 어엿한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한다.하지만 저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열광하는 마음보다 정치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마음을 가지라고 권유한다. 현실 정치의 폐해나 아쉬움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시민’이자 ‘질문하는 시민’이 돼라고 강조한다. “생각은 침잠이 아니라 모험이며, 저열함에서 도약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타인의 수단으로 동원되기를 거부하고, 모험에 기꺼이 뛰어들어 생각의 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