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택 그리고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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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7
이용우 < 더불어민주당 의원 minjoolee2020@gmail.com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선택은 어려운 일이다. 프로스트가 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말하듯, 어떤 길을 선택하든 아쉬움이 따른다. 선택의 순간 우리는 무엇인가를 ‘결정(決定)’하기 때문이다.
결(決)이라는 글자는 ‘제방을 뚫는다’는 뜻으로, 결정은 제방을 뚫을 자리를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사를 지을 때 필수적인 물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둑을 쌓아 강물의 범람을 막거나 저수지에 물을 보관한다. 문제는 홍수가 발생할 때 생긴다. 강물이 범람할 우려가 있을 때 가만히 있으면 제방이 무너져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피해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선택해 다른 곳으로 물길을 내는 일은 치수의 기본이었다. 결정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중국의 가장 위대한 황제로 요(堯)·순(舜)과 더불어 우(禹)가 거론된다. 우가 황제로 추대된 이유는 물을 잘 다스렸기 때문이다.결단에는 언제나 선결조건이 있다. 예를 들어, 피해가 적은 지점에 사람들이 살고 있으면 그들을 대피시키는 일이 선결조건이다. 1996년 한탄강이 범람할 위기에 처했을 때 제방을 뚫어 해결한 방법이 바로 결단이다.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결정이라는 단어의 의미 속에는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모든 것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녹아 있다.
전쟁에서 지휘관이 일부 병력을 방어선으로 배치하고 주 병력을 무사히 후퇴시키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모든 병사가 소중한데 어떻게 일부 병력을 사지로 보낼 수 있을까? 피해가 예상될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냉정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모든 병력을 잃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절매라는 것이 있다. 시장 상황을 잘못 보고 잘못된 투자를 했을 때 솔직히 인정하고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아 현금을 보전하고 다음 투자를 위한 자금을 지키는 행위다. 손절매를 하지 못하면 투자의 세계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잘못된 의사결정의 이유를 되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손절매하지 못한 초보자들은 시장이 이상하거나 잘못됐다고 탓한다.정치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여론 또는 국민의 선택을 의심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고 잘못된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 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 지도자에게 이런 결정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결심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
다시 한번 선택에 직면한 우리는 결정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제방을 잘못 뚫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