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리모델링 활기…약수하이츠도 '시동'

2282가구 대단지 추진위 출범

약수·청구역 환승역 가까워
"내년 하반기 조합 설립 목표"
전용 57㎡ 11.2억 신고가 거래

5150가구 남산타운도 '관심'
서울형·주민주도 갈등 '걸림돌'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신당동 ‘약수하이츠’ 아파트. 장현주 기자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약수하이츠’가 리모델링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일대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남산타운’도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하철 3·6호선 약수역 등을 통해 강북·강남으로 이동이 편리한 입지를 확보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약수하이츠·남산타운 리모델링 추진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약수하이츠 리모델링 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지난 13일 출범했다. 이 단지는 1999년 7월 준공됐다. 19개 동, 2282가구로 이뤄졌다. 전용면적은 57~114㎡로 구성돼 있다. 지하철 3·6호선 약수역과 5·6호선 청구역을 낀 역세권 단지다. 녹지공간도 풍부하다. 응봉근린공원이 단지 주변에 있다. 용적률이 약 255%로 높은 편이다. 통상 용적률이 200%를 넘어서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추진위 측은 내부 소식지를 통해 “내년 하반기 조합을 설립(동의율 66.7% 확보 필요)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신속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통한 주거 개선, 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동에서는 남산타운 등 대단지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남산타운은 42개 동, 5150가구로 이뤄졌다. 서울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가장 덩치가 커 업계의 관심이 높다. 2002년 준공돼 리모델링 허용 연한(15년)을 넘겼다. 남산과 인접해 있어 서울 중심의 대표적인 ‘숲세권’ 아파트로 통한다. 6호선 버티고개역을 끼고 있다.다만 서울형 리모델링 추진위 측과 주민주도 리모델링 추진위 측이 나뉘어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남산타운은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서울형 리모델링은 서울시의 일부 지원을 받는 대신 커뮤니티 시설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기부채납(공공기여)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3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자 일부 주민이 지난 2월 별도 추진위 설립에 나섰다.

리모델링 기대로 가격도 올라

신당동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실거래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약수하이츠 전용 57.6㎡는 지난 9월 11억2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5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7000만원 올랐다. 남산타운 전용 114.8㎡는 10월 5일 17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9월 17억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최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노후 아파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입주한 단지들이 주로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인다. 재건축의 절반인 준공 15년이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총 93개 단지(6만7243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시가 최근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재정비한 것도 업계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지별 상황에 맞춰 인센티브를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 게 이번 정비안의 핵심이다. 가령 지역 주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면 용적률 완화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다만 내력벽 철거 금지 등 일부 규제가 아직 그대로인 것은 부담이다. 내력벽은 아파트 무게를 지탱하는 벽이다. 현행법상 가구 간 내력벽 철거가 금지돼 있다. 다양한 평면 구조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수직증축(최대 3개 층 증축)은 ‘안전성 검토’ 절차의 벽에 막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하기 힘든 기존 용적률 200% 내외 단지들은 리모델링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며 “다만 완전히 새로 짓는 재건축에 비해 여전히 선호도가 낮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