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동박의 시대"…S·I·S 본격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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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공급자 우위시장"2차전지 관련주는 전기차의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2~3년 후 예상 실적을 현 주가에 반영해왔다. 올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관련주가 나란히 급등한 이유도 미래 실적이 확실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에 동박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차전지용 동박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이 확실한 데다 2024년 증설 계획이 내년부터 주가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2차전지용 동박시장 공급부족
설비·기술 장벽 높아 추격 어려워
앞다퉈 증설 "압도적 점유율 유지"
SKC, 유럽 증설 소식에 7% 급등
일진머티리얼즈·솔루스도 상승세
○줄줄이 동박 증설
2차전지 동박 업체인 SK넥실리스를 100% 자회사로 둔 SKC는 18일 7.08% 오른 18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C는 장 마감 후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시(市) 제슈프기술공대에서 폴란드 당국과 인근 E모빌리티 산업단지에 동박 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투자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E모빌리티 산업단지는 지난 8월 폴란드 정부가 특별법안으로 지정한 미래 산업단지다. SKC는 이곳에 9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5만t 규모의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연간 10만t으로 증설할 계획도 있다.SKC의 증설 소식은 공식 발표 전인 장중에 시장에 알려지면서 동박 관련주 전체에 호재로 작용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3.10% 오른 12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화학 등 사업 구조가 다양한 SKC와 달리 일진머티리얼즈는 순수 동박 업체인 만큼 동박 시장 성장에 따른 기대를 더 크게 받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에 따른 매수세도 더해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3년까지 12만t의 증설 계획을 내놓은 상태지만 2025년까지의 중장기 청사진은 내놓지 않고 있다. SKC의 공격적인 증설이 일진머티리얼즈의 증설 투자를 자극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이날 솔루스첨단소재도 8.25% 올랐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전기차 세계 1위 업체에 동박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하이투자증권 리포트가 지난 15일 나온 뒤 15% 넘게 올랐다. 테슬라 공급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더 커진 내년 기대
동박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최소 5년간 지속될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25년 전지용 동박 수요는 159만t으로, 올해보다 3.5배가량 늘어난다. 국내 3사가 예정된 생산량을 채운다고 해도 전체 수요의 절반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물량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들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한국 업체들의 기술적 차별화가 돋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박은 수요처 요구에 따라 얇고, 넓고, 길게 만들면서 동시에 수요처가 요구하는 물리적 특성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이 가능한 건 한국 업체뿐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내년이 동박의 해가 될 것임을 보여주는 숫자도 있다. 각 사 계획에 따르면 양극재 주요 업체는 내년에 전년 대비 생산능력 증가율이 93%로 정점을 찍고 2023년 61%, 2024년 34%로 하락한다. 반면 동박은 내년 87%에서 2023년 46%, 2024년 65%로 반등할 예정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2024년 동박 생산 능력 증가율은 전년 대비 상승할 예정”이라며 “2025년도 수요를 고려하면 동박 업체들이 추가 증설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소재주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매력적이다. 일진머티리얼즈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50배를 넘어섰다. 1년 전 25배에서 두 배 가까이 높아졌지만 70배가 넘는 양·음극재 업체에 대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단기 급등으로 90배까지 PER이 높아졌다. PER이 오르고 실적 전망치가 뒤따라 늘어나면서 올해 내내 60배대에서 거래됐다. 화학 등 동박 외 사업을 갖고 있는 SKC는 아직도 20배 중후반대에 거래되면서 가장 저평가된 동박 업체로 꼽힌다.
고윤상/남정민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