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난동 사건이 부른 '촉법소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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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지난 16일 대구 불로동의 한 식당에서 가게 주인을 위협하고 행패를 부린 13~15세 중학생 3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평소 식당 앞에서 자주 담배를 피우는 것을 알고 있던 식당 주인이 “가게 앞에서 흡연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에 불만을 품고 지난 10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손님을 내쫓고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형사처벌 나이 낮춰야" vs "엄벌보다 교화"
만 10~14세 청소년 범죄 급증
지난해 9606명…5년새 46%↑
범죄 저질러도 형사책임 안져
"촉법소년 개선" 국민청원 쏟아져
"처벌이 능사아냐, 되레 부작용"
교화 통한 범죄예방 의견도 팽팽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우린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세히 알려지면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청소년의 범죄 혐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사회적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촉법소년 5년 새 46% 증가
이번 대구 사건처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 혹은 범죄 혐의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촉법소년 제도를 없애거나 연령 상한선을 낮추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을 청년 공약으로 내세웠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개선하자”는 청원이 180건 넘게 올라왔다.형법상 미성년자는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범법소년(만 10세 미만) 세 가지로 나뉜다. 범죄소년은 성인과 같이 범죄를 저지를 때 형사책임을 진다.촉법소년과 범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에서 제외된다. 촉법소년에게는 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 처분이 내려진다. 범법소년은 보호 처분도 받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9606명이다. 2016년(6575명) 대비 46% 늘었다. 최근 5년간 전체 촉법소년은 3만9694명으로 이 중 76%는 절도와 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재범률도 높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의 재범률은 지난해 13.5%였다. 같은 기간 성인 재범률(5.0%)보다 2배 이상 높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연령대를 낮추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선(만 14세 미만)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동안 바뀐 적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70년 전에 비해 달라진 청소년의 인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에는 SNS와 디지털기기를 통해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뉴스에 보도된 촉법소년 성추행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가 인정됐지만 촉법소년이기에 처벌이 정말 미약하다”고 호소했다.
처벌의 실효성과 부작용 지적도
정치권에서도 촉법소년 제도를 고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비롯해 국회에서는 올해 2월과 6월 촉법소년 연령을 각각 만 12세,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두 건 발의됐다.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폐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처벌 일변도 방식으로는 청소년 범죄를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0일 낸 ‘소년사법제도 개선에 관한 기존 논의와 새로운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처벌 대신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보호관찰 제도를 통해 재범률을 낮추고 있다. 일부 주는 소년법원의 대상 연령을 높이고, 형사법원으로 이송을 제한하는 등 엄벌주의를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보고서를 쓴 김진태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해선 교육과 복지 확대, 지역사회 연계라는 범정부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문제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아동학대 등 모든 문제가 연관돼 있기 때문에 각 부처와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강호/양길성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