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 된다…돈 몰리는 리츠 투자

키워드 경제

리츠

빌딩·상가·호텔 등에 간접투자
임대 수익·시세 차익 배분 상품
기업처럼 주식시장 상장도 가능

'중위험 중수익' 투자처로 인기
원금상실 위험도…옥석 가려야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SK리츠는 이 건물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경DB
흔히 부동산 투자는 ‘큰손’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커피 한 잔값 정도의 소액으로 수백억~수천억원짜리 부동산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리는 방법이 있다. 바로 리츠(REITs)에 돈을 넣는 것이다.

리츠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아 빌딩, 상가, 호텔 등 부동산에 투자한 뒤 여기서 발생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상품을 가리킨다. 국내에는 2001년 처음 도입됐는데,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 문턱이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국내 주식시장에 15개 상장… 美 증시엔 200개 넘어

법적으로 리츠는 상법에 따라 설립되는 특수회사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업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운용 중인 리츠는 299개, 총자산 규모는 68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장 리츠는 15개가 있다. 리츠에 담긴 부동산 유형은 주택, 사무실, 유통매장, 호텔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의 뉴코아 유통매장에서 임대료를 거둬 돈을 버는 리츠다. 지난 9월 상장한 SK리츠는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과 SK에너지 주유소 116개 부동산을 자산으로 삼고 있다.

국내 증시가 몇 달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위험 중수익’ 투자처로 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상장 리츠 15개는 지난달 초부터 이달 11일까지 평균 2.3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12%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상점들이 장사가 잘되면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성도 올라가는 만큼 리츠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리츠는 최소 단돈 5000원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는 게 매력적이다.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부동산 매입, 임대, 관리 등의 업무는 전문가들이 대신해 준다. 리츠마다 여러 종류의 부동산을 담고 있어 분산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덩치가 큰 상업용 부동산은 돈이 급할 때 현금화하기 쉽지 않지만, 상장 리츠는 언제든지 매매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어떤 건물? 누가 관리? 꼼꼼히 따져야

선진국 주식시장에서는 리츠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미국에서는 증시에 상장된 리츠만 219개이고 시가총액은 한국보다 300배 이상 큰 1600조원 선에 이른다. 정부는 리츠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상장 리츠를 3년 보유할 경우 배당소득에 대해 9% 저율의 분리과세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요즘 부동산을 직접 구입하려면 대출한도 축소, 세금 중과 등 빡빡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리츠를 활용해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면 이런 ‘규제 리스크’에서도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이런저런 매력이 많은 리츠지만, 투자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리츠는 은행 예·적금처럼 원금을 보장해주는 투자상품이 아니다. 부동산 분양이나 임대가 실패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리츠를 고를 때는 부동산 입지가 어디인지, 적절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임차인은 누가 들어와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리츠를 운용하는 투자회사가 어디인지, 과거 목표 수익률을 잘 달성했는지, 경영진이 사고를 친 적은 없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