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뒤끝 어디까지? 윤석열 전화 안 받고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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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선 이후 연일 윤석열 비난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연일 경선 결과에 '뒤끝'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다. 전당대회 당시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던 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국민의힘에서는 홍 의원의 탈락으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젊은 표가 자칫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갈까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낙연·김부겸에는 후한 평가
尹 전화도 안 받아…알려진 것만 5차례
홍 의원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형식의 청년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을 개설해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시판 청문홍답(靑問洪答)에는 지지자들의 질문이 쇄도한다.홍 의원은 청문홍답에서 '준표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기말고사를 앞둔 중학교 2학년생과 소통하는 등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민주당 정권의 핵심 인물인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에게는 각각 '훌륭한 분', '대통령감'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에게만큼은 결코 너그럽지 않았다.
홍 의원은 윤 후보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지리라 전망했다. 또 이번 대선 구도를 두고선 '양아치 대선', '비리 의혹 대선'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같은 당 윤 후보를 상대 당 후보와 싸잡아 비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를 미는 게 맞다고 보는지, 아니면 소신 투표해야 하느냐'고 묻는 지지자의 질문에는 "대답 불가"라고 하기도 했다.이준석 대표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TBS 라디오에서 홍 의원의 최근 행보를 두고 '선거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홍 의원이 윤 후보를 비난하는 표현을 계속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홍 의원은 윤 후보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알려진 것만 5차례다. 소위 '철벽'을 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 대표는 홍 의원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이 자리에서도 홍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그간 밝혔던 입장과 별다를 바 없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호재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홍 의원이 하루에 한 번씩 자기 당 후보에게 1일 1 공격을 하고 있다"면서 홍 의원이 '뒤끝'을 보이고 있다고 알렸다. 이재명 후보 역시 이 순간을 틈타 젊은 세대의 표심을 낚아채기 위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홍 의원이 자주 언급하는 백의종군(白衣從軍)은 '자신의 권한을 모두 내려놓고 말단군인으로 전쟁터에 나가 참전한다'는 뜻이 담긴 고사성어다.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다.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대선이라는 전쟁통에 또 다른 '여론전(輿論戰)'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전문가는 홍 의원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내년 대선까지 유지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홍 의원이 경선 이후 소위 묻히지 않기 위해 본인의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홍 의원이 지금 시기에 묻히면 존재감을 유지하기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라며 "계속 이 스탠스(입장)를 유지하진 않은 것으로 본다. 나중에 국민의힘의 정권교체 여부가 흔들리게 될 경우 홍 의원이 그에 대한 비난을 다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의 최근 행보가 윤 후보의 20·30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젊은 세대의 몇 %가 홍 의원을 열렬히 지지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20·30 세대는 스윙보터(선거 등 투표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가 특정 정치인 및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언제든 자신의 이익에 따라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대답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