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한 두 개만 시켜도…" 배달음식 먹기 겁나는 '혼밥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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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피자·떡볶이 줄줄이 인상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윤가현 씨(31)는 저녁이나 주말 식사로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먹는다. 늘 바쁘고 급한 일상을 보내는 데다가 혼자 살아 직접 밥을 차려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 씨가 즐겨 먹는 배달 음식은 떡볶이. 가격이 저렴하고 먹기가 간편해 선호하는 음식이었지만 이젠 예전처럼 편하게 시키기가 부담스럽다. 가격이 너무 오른 탓이다. 윤 씨는 “메뉴를 한 두 개만 시켜도 2만원이 훌쩍 넘는 데다가 배달비까지 올라 주문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배달 음식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치킨이나 피자는 물론 떡볶이와 김밥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뉴들의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학생 등 저소득층 부담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커졌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배달 수수료, 임대료, 재료비 등 업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용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교촌치킨, 최대 2000원 가격인상 등
치솟는 배달음식 가격들
프랜차이즈들 "원자재값 상승 때문"
치킨값 2만원 시대
교촌치킨은 오는 22일부터 치킨 가격이 평균 8.1%가량 인상한다.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은 2014년 일부 부분육 메뉴 가격 인상 이후 7년 만이다. 인상폭은 품목별로 500~2000원이다. 한 마리 메뉴와 순살메뉴는 1000원, 부분육 메뉴는 2000원 인상한다. 교촌치킨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인 허니콤보와 레드콤보는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오른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측은 인건비와 원재료 상승 부담이 크다고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스쿨’도 이달 1일부터 모든 피자 메뉴를 1000원씩 인상했다. 피자스쿨은 론칭 당시 5000원(라지 사이즈 기준)이란 저렴한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제 이 업체의 피자 가격은 1만원대를 넘나든다. 전국에 200개 이상 지점을 보유한 분식 프랜차이즈인 얌샘김밥도 지난달 말부터 김밥 등 메뉴의 가격을 올렸다. 라면은 3500원에서 4000원으로, 떡볶이는 4000원에서 4500원으로 각각 10% 이상 인상됐다.
일부 프랜차이즈에서는 본사가 가격을 올리지 않자 점포별로 가격을 인상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주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인상 함에 따라 동일한 메뉴라고 하더라도 점포 별로 500~1000원씩 가격이 차이가 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운 업체들은 신메뉴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아예 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BBQ, bhc 등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만큼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신메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BBQ치킨은 프라이드 치킨을 한 마리에 1만8000원에 팔고 있지만 가장 최근에 선보인 신메뉴 가격은 2만4000원으로 책정했다. bhc 역시 기본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와 신메뉴의 가격 차이가 6000원에 달한다. 치킨이나 피자를 시키면 서비스로 제공하던 콜라 또는 무나 피클, 소스 등을 유료로 제공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배달음식 업체들 줄줄이 최대 실적 내는데…
배달음식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배달 수요 증가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표적인 배달 메뉴인 치킨업계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속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일 기록하는 중이다. 지난해 교촌치킨, bhc, BBQ 등 주요 3사 합산 매출은 1조1826억원에 달했다. 이번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매출은 4476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4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영업이익 성장률이 두자릿수씩 커지며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배달비와 인건비 상승분을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반면 배달 음식 업체들은 식품 원재료 가격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치킨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닭고기 가격은 최근 2년새 25% 가량 올랐다. 가맹점에 공급되는 9~10호짜리 생닭 가격(한국육계협회 닭고기 시세)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11월 평균 2403원에 공급되던 생닭이 올해 11월 3000원에 팔리는 것이다. 피자나 떡볶이의 주재료로 쓰이는 밀가루와 콩기름 가격도 껑충 뛰었다.여기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2년 최저임금 인상(5.05%)까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진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배달 대행료 자꾸 인상되니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견딜 재간이 없다”며 “최근엔 일회용 용기 가격 마저 급등해 마진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