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式 기본소득, 재정 투입만큼의 재분배 효과 없다"

진보 경제학자들마저 우려

"선별복지 포기하면 득보다 실"
한국의 진보 경제학자 모임인 ‘학현학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등이 제시한 기본소득 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근로 의욕을 갉아먹고 거시경제의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당한 재원을 쓰지만 제도의 목적인 ‘소득 재분배’ 효과도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월간학술지(SIES 이슈와 정책)에 게재된 옥우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의 ‘기본소득론과 일자리 보장론에 대한 단상’ 보고서에는 기본소득 제도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제자인 진보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변 교수의 아호인 학현을 따서 학현학파로 부른다.옥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제도 등을 거론하며 “가장 큰 문제점은 재정 씀씀이가 크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놓고 연구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본소득 제도로 근로 의욕이 줄어들 수 있고 거시경제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충분성’(개인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만큼의 기본소득) 원칙을 전제로 하는 기본소득은 ‘고용 감소→세수 감소→증세→고용 감소’ 악순환을 부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명목 기본소득 인상 압력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고 비판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선별적 복지체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옥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서는 현행 조세제도와 복지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보편성에 도취해 표적그룹에 대한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 정책을 섣부르게 포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