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다 Fed “긴축 속도 높여야”…깜짝 놀란 채권 시장

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통화 긴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1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이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채권 매입액을 감축하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클라리다 부의장은 1년에 최소 8차례 열리는 FOMC에 매번 참석하는 상임 이사다. 다만 내년 1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Fed는 이달 2~3일 정례 회의를 열어 월 1200억달러씩인 채권 매입액 규모를 다음달까지 150억달러씩 줄이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다음달 14~15일로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지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물가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경우 채권 감축 규모를 더 늘릴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2%(작년 동기 대비) 급등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클라리다 부의장은 “인플레이션에 상방 위험이 여전하다”며 “지금부터 차기 회의 직전까지 나오는 경제 지표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기 회의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지 따져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테이퍼링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종료되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지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채권 매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금리 정책의 변화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현재의 월 150억달러 채권 매입액 감축 속도는 내년 6월 테이퍼링이 완전히 종료될 것이란 점을 뜻하지만,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경우 내년 3월께 종료될 수 있다.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22조 규모의 미 국채 시장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
통화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클라리다 부의장 연설 직후 일시적으로) 0.05%포인트 급등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앞서 이날 오전 다른 행사에 참석했던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월러 이사는 “경제가 빠르게 개선되고 고용이 안정되며 물가가 상승할 경우 긴축 속도를 높이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긴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