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종부세, 갈라서면 500만원…국가가 이혼 강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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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제기자들 사연 들어보니 …“이혼하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13분의 1로 줄어드니 국가가 나서 이혼을 강요하는 법 아닌가요.”
20억짜리 2채 부부 올 종부세 7천만원 … 내년엔 1억
세금폭탄 피하려면 이혼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
재건축 아파트 안 팔려 2주택자 돼 5천만원 물고
초고가주택 산다고 수억대 과세 … 강탈당하는 기분
종부세 위헌소송 시민연대의 청구 소송인단에 참여키로 한 A씨는 참여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씨 부부는 서울 시내에 시가 20억원 안팎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올해 종부세가 7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서를 세무사로부터 받아들었다. 올해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면 내년 종부세는 1억원 이상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서울은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이기 때문에 서울 2주택이면 전체 3주택에 해당한다. 세율은 1주택에 비해 2배로 뛴다. 예를 들어 종부세 과세표준이 3억~6억원 구간이라면 서울에서 1주택에 부과되는 세율이 0.8%지만, 2주택자에겐 1.6%가 매겨진다.답답한 마음에 절세 방안을 세무사에게 문의했더니 ‘이혼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혼을 통해 각각 1가구 1주택자가 되면 두 사람의 종부세를 합산해도 500만원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1가구 2주택을 유지한다면 배우자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만 올해 6000만원, 내년 9000만원 이상 드는 셈이다. A씨는 “높은 양도소득세율을 감안하면 집 한 채를 팔았을 때 남는 것도 없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은 상황”이라며 “이혼 절차를 알아보다 위헌소송을 한다고 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의도치 않게 2주택자가 돼 올해 5000만원 이상의 종부세를 부담하게 된 사례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B씨는 은퇴 후 거주를 위해 2017년 경기 신도시의 아파트를 매입해 이사를 갔다. 일시적 1가구 2주택 조건이 만료되기 전 재건축 아파트를 내놓은 B씨는 공인중개사로부터 “집을 팔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2017년 8·2 부동산대책으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를 사면 재건축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해당 단지는 이미 조합이 설립된 상태로 B씨의 아파트를 산 매수자는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해당 재건축 단지에 사업인가가 떨어져 철거하고, 신축 공사를 마쳐 다시 입주할 때까지 앞으로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년. 해당 기간 B씨는 꼼짝없이 종부세를 내게 됐다. B씨는 “종부세를 줄이려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장만한 신도시 아파트를 처분하고 다시 낡은 아파트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집값 상승으로 불어난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신도시 아파트를 팔더라도 비슷한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B씨는 “정부가 국민의 삶을 이렇게까지 힘들고 불편하게 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종부세 위헌소송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씨는 1주택자임에도 내년 수억원의 종부세를 부담할 전망이다. 서울 시내 초고가주택인 용산구 나인원한남을 소유하고 있어서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206.90㎡ 주택은 지난 3월 41억8000만원에 분양돼 7월 7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60억원 안팎에 분양된 C씨의 주택은 아직 거래가 없지만 집값 상승폭 등을 감안하면 ‘200억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C씨의 마음은 무겁다. 정부의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감안하면 수억원의 종부세 부담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과세표준 94억원 이상 주택에 적용되는 1주택 종부세 최고세율은 농업특별세를 합해 3.6%다. 정부가 시가의 90% 수준까지 공시가격을 높여갈 예정인 가운데 C씨 소유 주택의 시가가 2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면 과표 180억원에 종부세는 1년에 6억4800만원에 이른다. 10년간 집을 소유하면 앉아서 전체 집 가치의 3분의 1이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나인원한남은 올해 입주한 단지인 만큼 장기 보유 공제 등도 받을 수 없다. C씨는 “남 못지않은 자산을 일구긴 했지만 한 해 6억원이 넘는 세금을 낼 만큼은 아니다”며 “그간 합법적인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해왔음에도 노년에 이르러 국가로부터 자산을 강탈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김소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