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 논란…교육계, 사교육 시장 과열 우려

"공교육 체계 흔들…수능-EBS 연계율 낮아져 학생들 불안 부추겨"
"대부분 학생 배신감 느꼈을 것, 평가원 입장 표명해야"
지난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학생들의 가채점 결과, '역대급 불수능'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에서는 사교육 시장이 더욱 과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국어·수학·영어·과학 탐구 등 거의 모든 과목에서 체감 난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교육만으로는 수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절실히 느꼈다"는 현재 고1· 고2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광주 A고 3학년 진학 담당 교사는 22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가채점 결과, 최상위권 학생들 대부분은 제 실력을 발휘했지만, 의학 계열을 수시로 지원한 최상위권 학생 일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상위권, 중위권 학생들에겐 어려운 수능이어서 전반적으로 불수능이란 말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B고 3학년 진학 담당 교사는 "올해 수능은 국어 지문이 짧아져 한정된 정보로 정답을 찾아야 하니 수험생 입장에선 확실히 어려웠고, 올해 수능부터 EBS 직접 연계 출제율이 70%에서 50%로 낮아지다 보니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올라갔다"며 "이처럼 EBS 직접 연계 출제율이 낮아지면 학생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사교육이 팽창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C고 교사는 "올해 수능이 어려우면 2023학년도 2024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욱 불안해지기 마련이고, 따라서 사교육 의존도는 심화한다"며 교육체계 위축을 우려하고 "12월 10일 수능점수가 발표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결과에 합당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원정 과외'가 빈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C고 교사는 "올해 국어와 과학 탐구 등 일부 문제의 경우 대부분 학생 입장에서는 고3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행해도 풀 수 없을 정도로 난도가 있었다"며 "최고난도 문제를 다루는 서울 대치동 등으로 원정 과외에 눈을 돌리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일부 학원에는 벌써 예비 수능생들과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등 불수능 논란으로 인한 공교육 체계가 더욱 흔들릴 조짐까지 나오고 있다.

광주 서구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 원장은 "작년 고1 때 학원을 그만뒀던 학생이 올해 수능 영어가 어렵다는 언론보도나 나오자 다시 학원을 등록했다"며 "역대 수능을 분석해보면 불수능 이후에는 학원 수강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교육계 인사는 올해 수능이 학생들에게 배신감을 줬을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광주시교육청 모 장학관은 " 공교육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줄이고, 학교 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최소한 80∼90% 이상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올해 수능은 최상위권 몇 명만의 변별력과 실력에 초점을 두고 문제를 내면서 중상위권 학생 등 대부분 학생이 '공교육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장학관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배신감을 생각하면 정말 화가 난다"며 수능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