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역사가 된 BTS…美 자존심 '올해의 아티스트'까지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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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대 음악상' AMA 3관왕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콧대 높기로 유명한 미국 음악계에서 세계 시장의 명실상부한 지배자로 인정받았다.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수상하면서다.
아시아 아티스트 첫 대상 기염
아리아나 그란데·드레이크 제쳐
"상업적 성과·대중성 중요 지표
올해 히트곡 많은 BTS에 유리"
콜드플레이와 '마이 유니버스'
빌보드 휩쓴 '버터'까지 선보여
BTS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를 비롯해 ‘가장 좋아하는 팝 듀오 혹은 그룹’ ‘가장 좋아하는 팝송’ 등 3개 부문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아리아나 그란데, 드레이크, 올리비아 로드리고, 테일러 스위프트, 더 위켄드 등 세계 음악계를 주름잡는 스타들을 제치고 얻어낸 음악계 최고 영예다. 아시아 아티스트가 AMA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방탄소년단이 최초다.이번 수상으로 BTS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음악계 최고의 슈퍼스타로 각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BTS가 1960년대 비틀스와 1980년대 마이클 잭슨, 1990년대 너바나 등과 비견될 정도로 시대를 주름잡는 세계적인 스타라는 사실을 만방에 알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10대와 일부 마니아층에만 인기가 있다거나 한두 곡만 히트시키고 잊힐 것이라는 등 BTS를 폄하하는 일각의 평가가 틀렸음을 이번 수상으로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BTS는 올해 ‘버터(Butter)’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총 10주 동안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영국 출신 팝스타 에드 시런과 협업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도 각각 같은 차트에서 1위에 등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음악성과 작품성에 치중하는 그래미 어워즈와 달리 AMA는 상업적 성과와 대중성을 중요한 지표로 보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에 유리했다”며 “올해 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노래들을 발표한 BTS인 만큼 대상을 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BTS의 수상으로 2000년 무렵부터 시작된 K팝의 서구권 진출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다른 그룹들의 끊임없는 미국 진출 시도를 통해 K팝이 하나의 어엿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게 됐다”며 “하지만 BTS가 독보적인 성과를 쌓으며 K팝의 인식을 크게 개선시킨 부분도 있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인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BTS는 이날 시상식에서 콜드플레이와 함께 마이 유니버스를 선보인 뒤 엔딩 무대에선 버터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해 전 세계 아미(BTS 팬)를 열광케 했다. 리더인 RM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으로 그래미 어워즈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른 지난번에는 수상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그래미 어워즈 후보는 24일 발표되며, 시상식은 내년 2월이다.
BTS는 오는 27~28일과 다음달 1~2일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2년 만의 대면 콘서트를 연다. 다음달 3일에는 미국 대형 음악 축제인 ‘2021 징글볼 투어’ 무대에도 오른다.일각에서는 이번 AMA 수상이 BTS의 병역 면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국회에서는 국익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예술인이 예술·체육 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개정안이 논의된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BTS 등 대중문화 분야 스타들은 국위 선양에 어떤 공을 세워도 예술·체육 요원 편입이 불가능하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달은 방탄소년단 병역 혜택의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 국방위 법안소위가 대중문화계에 의미 있는 결정을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