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맥주, 임산부도 마시는데…'1% 함량'의 비밀

'무알코올·비알코올' 뭐가 다르나…소비자 갸웃
무알코올 맥주 수입, 전년 대비 113.5%나 '급증'
이마트 서울 성수점 주류 코너에 무알코올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한경 DB
한 대형 마트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고르던 직장인 A씨는 제품 캔에서 '알코올 1% 미만 함유'란 문구를 발견하고 당황했다. A씨는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가 늘어 근무시간에도 (무알코올 맥주를) 즐겨마셨는데 알코올이 들어간 맥주였는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 했다.
독한 술을 마시고 취하기보다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는 MZ(밀레니얼+Z)세대가 저도주를 선호하면서 '무알코올 맥주'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다만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헷갈리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일부 제품은 엄밀히 말하면 '무알코올'은 아니기 때문. 현행 규정상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이면 주류가 아닌 '비알코올 식품'(식품 유형 탄산음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들 제품은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알코올 프리), 1% 미만일 경우 비알코올(논 알콜릭)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고시하면서 비알코올 식품에는 '알코올 1% 미만 함유' 문구를 바탕색과 구분해 표시하도록 하기도 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국내 제품의 경우 무알코올 비중이 높고, 해외 제품의 경우 비알코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제조 방식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 통상 제조 마지막 단계에서 알코올을 추출하는 방식을 취할 경우 비알코올 제품이 탄생한다.
사진=하이네켄
다만 비알코올 제품이라 해도 제품명 표기 시에는 '0.0'을 넣을 수 있다. 소수점 둘째 단위 이하로 알코올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이네켄 0.0'은 0.03% 미만의 알코올을 함유해 비알코올 음료에 속한다. 알코올 도수 0.05% 미만 제품 '칼스버그 0.0' 역시 맥주 이름에는 0.0이 붙어 있지만 무알코올이 아닌 비알코올 음료다. 업계에선 국내외 음용 문화 차이 탓에 제조방식이 달라졌다는 점도 짚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맥주를 즐기고 싶은 청소년 등과 맥주의 맛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임신이나 운전 등 개인 여건에 맞춰져 있다"고 풀이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비대면 쇼핑 수요가 늘어난 점이 무알코올 맥주 성장세로 이어졌다고 봤다.
사진=골든블루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하이트제로 0.00'을 선보이며 개화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뒤따랐다. 오비맥주도 지난해 10월 '카스 0.0'을 출시했다. 수입 맥주 중에선 지난해 6월 칭따오의 '칭따오 논알콜릭'이 처음 상품을 선보였다.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아직 절대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가 뚜렷한 분위기다. 터줏대감 격인 하이트제로 0.00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4% 급증해 하이트진로음료 제품 중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수입 상품도 인기다. 국내 수제맥주 인기와 함께 맥주 수입액 자체는 2018년 최대치를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무알코올 맥주 수입은 우상향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수입은 전년 대비 113.5%나 급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 수요가 늘어난 점 역시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면 주류로 구분되지 않아 통신(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하면서 추가 성장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