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없앤 서서울호수공원…"누구나 산책이 편해졌죠"

경사로 평탄화하고 열린 테이블 등 설치…'무장애 친화공원' 조성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서울의 공원들이 차별적 요소를 배제한 보편(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시설을 탈바꿈하고 진정한 '모두의 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공원 내 주요 출입구와 시설·동선에 턱을 낮추고 경사로 등을 설치해 보행 약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무장애 친화공원 조성사업'으로 현재까지 11곳을 정비했다.

2012년부터 매년 한두 곳을 선정해 사업을 해 왔으며, 올해는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에서 개선 공사를 마무리했다.

전날 오후 기자가 둘러본 서서울호수공원 현장은 확연히 1년 전보다 산책하기 편하고 쾌적해진 모습이었다. 특히 산책로와 주변 곳곳의 공간을 나누는 곳에 있던 턱이나 단차가 사라지고 경사로는 낮아져 있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놀이터 앞에 설치된 음수대는 휠체어 이용객이 접근할 수 있도록 높이가 낮아졌고, 산책로에서 진입하는 길 바닥에 있던 턱이 없어졌다.

그 아래 녹지대에 새로 생긴 '포켓쉼터'에는 직사각형 모양에 양쪽이 완전히 뚫려 있고 의자가 없는 '열린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휠체어에 탄 채로 다가가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곳으로 진입하는 통로 역시 턱이 없고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게 돼 있다.

재생정원의 연못 위에 띄엄띄엄 설치돼 있던 나무 데크는 이어지는 통로로 확장하고 울타리를 쳐 누구나 안전하게 다가설 수 있게 했다. 중앙의 호수를 둘러싸고 조성된 주요 산책로에도 나무 데크와 평지 사이에 있던 곳곳의 턱을 완만한 경사로로 바꿨다.

비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아이를 키우며 유아차를 이용하다 보면 이런 턱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번 무장애 친화공원 설계 과정에서 전문가들과 장애인단체 등에 자문해 시공에 반영했다.

기존 시설 개선과 함께 전동휠체어 충전소 2대를 새로 설치하고, 장애인 전용 주차선을 구획했으며, 안내 체계도 정비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정문에 있는 종합안내판을 교체해 촉지안내표를 추가했으며, 안내소까지 동선을 유도하는 점자블록도 설치했다.

공원 관계자는 "공원 이용자들 가운데 장애인들이 많은 편인데, 그동안 불편한 점을 많이 호소했다"며 "이번 시설 공사로 훨씬 편리해졌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이날도 날씨가 전날보다 급격히 추워져 눈발까지 날릴 정도였지만, 공원에는 전동휠체어 충전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있었고 반려동물 등과 함께 산책하러 나온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에서 이런 무장애 친화공원으로 거듭난 곳은 여의도공원·보라매공원·월드컵공원·천호공원·북서울꿈의숲·선유도공원·서울숲·남산공원·길동생태공원·중랑캠핑숲 등이다.

시는 내년까지 3곳(용산가족공원·간데메공원·응봉공원)에서 추가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앞으로도 공원 이용객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추후 발견되는 장애 요소까지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