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주식 입고하면 현금 쏩니다"…고객 쟁탈전 나선 증권사들

입고 금액 따라 최저 3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리워드 지급
신규 고객 확보 긍정적이지만 제 살 깎아먹기 경쟁 우려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른 증권사 계좌의 주식을 옮겨오는 고객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신규 고객 확보에 한계를 느낀 증권사들이 다른 회사의 고객을 뺏어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는 이달 말까지, NH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은 연말까지 타 증권사에 보유한 주식을 자사 계좌로 옮기고 거래하면 상금을 지급하는 타사대체입고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각 사별 이벤트 내용은 조금씩 상이하나 공통적인 부분은 입고 금액에 따라 현금 보상(리워드)이 주어진다. 단, 최소 거래 금액만큼 주식 매매를 해야하고 특정 기간 동안 입고 잔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각 사의 기준을 충족했을 때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리워드 금액은 △신한금융투자 600만원 △삼성증권 500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 100만원 △대신증권 30만원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국내주식의 경우 500만원, 해외주식은 1000만원을 지급하며 NH투자증권은 리워드로 3000달러를 내걸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큰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타사대체입고 이벤트에 나서는 이유는 신규 고객 유치와 자산 증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당장은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벤트로 유치한 신규 고객이 나중에 더 큰 수익원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고객과 자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당장 증권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기대수익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며 "타사대체입고를 통해 고객 수와 거래대금이 확대되면 신용 공여도 늘고 영위할 수 있는 사업 자체도 늘어나기 때문에 증권사에 이득"이라고 말했다.

여러 증권사에서 비슷한 타사대체입고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그 영향을 분석해보면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이러한 이벤트들이 지원금만 챙기는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양산할 뿐 신규 고객확보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금지급 이벤트가 업계 전체로 대중화된데다 지원금만 보고 증권사를 옮기는 투자자도 많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고객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보니 타사의 고객을 뺏어오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한 증권사에서 타사대체입고 이벤트를 하면 다른 증권사에서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관련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