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 23년만에 광주법정 섰지만…5·18 두번째 단죄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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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5·18 헬기 사격 없는 것으로 안다" 사죄 없이 떠나
"5·18 가장 큰 책임에도 피해자 비난·헬기사격 부인" 1심 유죄…항소심 중 사망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던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5·18과 관련한 두 번째 사법 단죄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1997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반란과 5·18 내란 살인 및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던 전씨는 또다시 5·18과 관련해 형사 재판에 회부됐다.
전씨는 재판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최종 확정판결이 나기 전 사망하면서 이번에는 역사적인 유죄만 인정되게 됐다.
이번 재판은 전씨가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이 사자(死者)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재판이다. 이는 실권자였던 전씨가 대국민 학살 책임과 5·18 당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을 부정한 것이기도 해 단순히 명예훼손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또한 공식 석상에서 단 한 차례도 광주시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전씨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처벌이자 사죄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씨는 어떠한 사죄도, 공식적인 처벌도 받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회고록서 "나는 광주사태 치유 위한 제물…5·18 헬기 사격 없었다"
전씨는 2017년 4월 세 권으로 구성된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기간 내내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나는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도 주장했다. 조비오 신부의 친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같은 달 27일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 1년 1개월 뒤인 2018년 5월 3일 전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광주지법은 형사8단독에 전씨의 형사재판을 배당했지만 재판은 바로 열리지 않았다.
전씨는 고령과 재판 관할권을 이유로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재판부 이송, 관할 이전 신청 등을 냈다.
2018년 8월 27일 1차 공판기일이 열렸지만 전씨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고 2019년 1월 7일 2차 공판에서도 독감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자 재판장이던 김호석 판사는 신병 확보를 위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이후 2019년 2월 정기 인사로 1심 재판장은 장동혁 부장판사로 교체됐다. ◇ 전두환 23년 만에 다시 법정 출석…사죄 없이 "왜 이래" 고함
전씨는 2019년 3월 11일 열린 3차 공판에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출석했다.
1996년 내란죄로 서울 법정에 선 뒤 23년 만에 광주 법정에 다시 선 것이다.
그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왜 이래"라고 고함을 쳤고 별다른 사죄의 말을 하지 않은 채 법정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이후 2019년 5월 4차 공판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17차 공판까지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전씨는 장 부장판사로부터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 불출석을 허가받았으나 2019년 11월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를 치고 2019년 12월 12일 12·12 가담자들과 오찬 회동을 해 논란을 빚었다.
장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초 사직하고 고향인 대전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4·15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마했다.
이후 세 번째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가 배정됐고 지난해 4월 27일 12차 공판에 다시 전씨를 출석시켜 인정신문을 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전씨는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법정에서 졸다 깨기를 반복했다.
전씨의 1심 재판에서는 3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18차례의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 중 증인신문이 14차례 열렸고 법정에 선 증인만 34명이었다.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는 학생·간호사·성직자 등 23명(전문가 증인 2명 포함)이 1980년 5월 직접 목격하거나 헬기 파견 부대에 근무하며 보고들은 정황, 전일빌딩 탄흔 감정 결과 등을 진술했다.
전씨 측은 군 지휘부와 광주에 투입됐던 조종사 등 11명을 증인으로 세워 무장 헬기가 출동했으나 광주에 도착해서는 비무장 상태로 다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전씨는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해 11월 30일 3번째로 광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하며 시위대에게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소리친 것과 달리 인정신문을 마치자마자 또다시 자리에서 조는 모습을 보였다.
형량을 선고하기 직전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선고 당시에도 눈을 감고 졸았다.
검찰은 앞서 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목격자 진술을 믿을 수 있고 전투교육사령부의 경고문과 광주 소요 사태분석 교훈집 등 객관적 정황도 뒷받침됐다"며 "5·18 기간 광주에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고 명예훼손의 고의성도 인정된다.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전씨가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판한 죄가 무겁다"고 밝혔다.
광주에 출동했던 군인들은 대체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과거 검찰 조사에서 헬기 사격을 지향하는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수척해진 모습 드러낸 전씨…사죄 없이 '5·18 당사자 명예훼손' 항소심 선고 앞두고 숨져
검찰과 전씨 모두 항소하면서 지난해 5월 10일 항소심 첫 재판이 시작됐다.
형사 사건 피고인은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하지만 전씨 측은 항소심에서는 법리상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불출석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해당 규정은 불출석한 피고인에 대한 제재 규정"이라며 불이익을 경고했다.
전씨는 지난 8월 9일 네 번째로 광주 법정에 출석했다.
1심 때는 다소 느리더라도 혼자 거동했으나 이때는 경호 인력의 부축을 받아 이동했고 급격히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이름은 명확히 밝혔으나 다른 질문은 부인 이순자 씨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인정신문이 끝나자 또다시 피고인석에 앉아 졸기 시작했다.
부인 이씨는 재판 시작 25분 만에 전씨의 건강 이상을 호소했고 전씨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고 퇴정했다.
전씨는 이날도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결국 이때가 마지막 광주 방문으로 남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오는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어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말을 전후해 선고 절차까지 마칠 예정이었으나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5·18 가장 큰 책임에도 피해자 비난·헬기사격 부인" 1심 유죄…항소심 중 사망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던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5·18과 관련한 두 번째 사법 단죄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1997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반란과 5·18 내란 살인 및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던 전씨는 또다시 5·18과 관련해 형사 재판에 회부됐다.
전씨는 재판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최종 확정판결이 나기 전 사망하면서 이번에는 역사적인 유죄만 인정되게 됐다.
이번 재판은 전씨가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이 사자(死者)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재판이다. 이는 실권자였던 전씨가 대국민 학살 책임과 5·18 당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을 부정한 것이기도 해 단순히 명예훼손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또한 공식 석상에서 단 한 차례도 광주시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전씨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처벌이자 사죄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씨는 어떠한 사죄도, 공식적인 처벌도 받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회고록서 "나는 광주사태 치유 위한 제물…5·18 헬기 사격 없었다"
전씨는 2017년 4월 세 권으로 구성된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기간 내내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나는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도 주장했다. 조비오 신부의 친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같은 달 27일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 1년 1개월 뒤인 2018년 5월 3일 전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광주지법은 형사8단독에 전씨의 형사재판을 배당했지만 재판은 바로 열리지 않았다.
전씨는 고령과 재판 관할권을 이유로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재판부 이송, 관할 이전 신청 등을 냈다.
2018년 8월 27일 1차 공판기일이 열렸지만 전씨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고 2019년 1월 7일 2차 공판에서도 독감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자 재판장이던 김호석 판사는 신병 확보를 위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이후 2019년 2월 정기 인사로 1심 재판장은 장동혁 부장판사로 교체됐다. ◇ 전두환 23년 만에 다시 법정 출석…사죄 없이 "왜 이래" 고함
전씨는 2019년 3월 11일 열린 3차 공판에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출석했다.
1996년 내란죄로 서울 법정에 선 뒤 23년 만에 광주 법정에 다시 선 것이다.
그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왜 이래"라고 고함을 쳤고 별다른 사죄의 말을 하지 않은 채 법정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이후 2019년 5월 4차 공판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17차 공판까지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전씨는 장 부장판사로부터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 불출석을 허가받았으나 2019년 11월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를 치고 2019년 12월 12일 12·12 가담자들과 오찬 회동을 해 논란을 빚었다.
장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초 사직하고 고향인 대전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4·15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마했다.
이후 세 번째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가 배정됐고 지난해 4월 27일 12차 공판에 다시 전씨를 출석시켜 인정신문을 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전씨는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법정에서 졸다 깨기를 반복했다.
전씨의 1심 재판에서는 3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18차례의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 중 증인신문이 14차례 열렸고 법정에 선 증인만 34명이었다.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는 학생·간호사·성직자 등 23명(전문가 증인 2명 포함)이 1980년 5월 직접 목격하거나 헬기 파견 부대에 근무하며 보고들은 정황, 전일빌딩 탄흔 감정 결과 등을 진술했다.
전씨 측은 군 지휘부와 광주에 투입됐던 조종사 등 11명을 증인으로 세워 무장 헬기가 출동했으나 광주에 도착해서는 비무장 상태로 다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전씨는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해 11월 30일 3번째로 광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하며 시위대에게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소리친 것과 달리 인정신문을 마치자마자 또다시 자리에서 조는 모습을 보였다.
형량을 선고하기 직전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선고 당시에도 눈을 감고 졸았다.
검찰은 앞서 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목격자 진술을 믿을 수 있고 전투교육사령부의 경고문과 광주 소요 사태분석 교훈집 등 객관적 정황도 뒷받침됐다"며 "5·18 기간 광주에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고 명예훼손의 고의성도 인정된다.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전씨가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판한 죄가 무겁다"고 밝혔다.
광주에 출동했던 군인들은 대체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과거 검찰 조사에서 헬기 사격을 지향하는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수척해진 모습 드러낸 전씨…사죄 없이 '5·18 당사자 명예훼손' 항소심 선고 앞두고 숨져
검찰과 전씨 모두 항소하면서 지난해 5월 10일 항소심 첫 재판이 시작됐다.
형사 사건 피고인은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하지만 전씨 측은 항소심에서는 법리상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불출석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해당 규정은 불출석한 피고인에 대한 제재 규정"이라며 불이익을 경고했다.
전씨는 지난 8월 9일 네 번째로 광주 법정에 출석했다.
1심 때는 다소 느리더라도 혼자 거동했으나 이때는 경호 인력의 부축을 받아 이동했고 급격히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이름은 명확히 밝혔으나 다른 질문은 부인 이순자 씨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인정신문이 끝나자 또다시 피고인석에 앉아 졸기 시작했다.
부인 이씨는 재판 시작 25분 만에 전씨의 건강 이상을 호소했고 전씨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고 퇴정했다.
전씨는 이날도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결국 이때가 마지막 광주 방문으로 남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오는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어 변론 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말을 전후해 선고 절차까지 마칠 예정이었으나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