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떠난 수백만 근로자, 코로나 끝난다고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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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00만·英 100만명 줄퇴사미국에서 400만 명, 영국에서 100만 명 넘는 근로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터를 떠났다.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조기 퇴직이 증가한 데다 국가 간 이동이 막혀 외국인근로자가 줄어들자 노동 공급은 급감했다. 감염병 위기가 끝나면 회복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인구구조가 바뀌어 계속 노동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향후 10년간 구인난 계속될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FT는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의 연재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노동시장과 노동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 공급이 줄자 기업들은 일부 업무를 포기하거나 임금 인상에 나섰다. 연말 풍경도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타깃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와 콜스 메이시스 등 백화점들은 오는 25일 추수감사절에 문을 닫기로 했다. 직원에게 휴식을 줘 업무 피로도를 낮추고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영업을 집중하기 위해서다.아네타 마르코브스카 제프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 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한 반면 노동 수요는 전례 없이 늘어나면서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듯한 노동시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망이 회복돼도 임금이 높아지면 물가가 계속 올라 미 중앙은행(Fed)이 최대 고용 목표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데믹 후 많은 근로자는 질병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터를 떠났다. 휴교가 늘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사람도 많다. 일 대신 가족과 건강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 시작한 근로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민은 크게 줄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전인 2016년부터 시작한 이민제한 정책 탓에 부족한 노동인력만 200만 명에 이른다.
조기 퇴직도 늘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뒤 미국에서만 240만 명이 정년보다 일찍 일터를 떠났다. 과거에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경제적 이유 등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조기 퇴직자가 많았다. 올해는 자산 가치가 올라 자발적 은퇴를 택한 근로자가 많다. 미 정부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팬데믹이 통제되면 노동 공급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노동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닐 카베리 영국고용협회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노동 공급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당장 위기는 지나겠지만 앞으로 10년간 노동시장은 더 빡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