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육교부금 포퓰리즘'에 올라탄 국회

교육청, '선심정책'에 교부금 펑펑
제동은 못 걸 망정 더 늘리자니

김남영 지식사회부 기자
김남영
국가 재정은 말라가는데 유독 곳간이 풍성한 곳이 있다. 바로 교육청이다. 그 배경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있다. 교육교부금은 1972년 내국세 중 11.8%를 지방 교육에 투자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내세워 배정 비율을 20.79%로 높였다. 이에 따라 올해 교부금은 59조6000억원이 편성됐다. 5년 전인 2016년 43조2000억원에 비해 16조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학생이 계속 늘어나는 흐름이라면 납득이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학령인구가 되레 급감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치원·초·중·고 학령인구는 2015년 756만 명에서 2020년 671만 명, 2025년 597만 명, 2035년 488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아이들은 줄어드는데 돈은 넘치니 선심성 정책이 남발된다. 교육감들은 ‘교육재난금’ 지원 명목으로 미성년 학생들에게 현금을 뿌리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중·고교 신입생에게 입학준비금 30만원씩을 주는 사업을 내년에는 초등학교 신입생에게도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내년부터 중학교 신입생에게 태블릿PC 형태의 스마트기기를 주는 사업도 시작한다. 교육감들은 하나같이 교육적 목적임을 내세우지만, 내년 6월 치러질 교육감선거와 무관하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런 폭주에 제동을 걸어야 할 국회는 한술 더 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도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예상되는 소폭의 교부금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교부율을 지금보다 0.15%포인트 인상해 20.94%로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교육교부금을 어려움을 겪는 대학에 주자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무시하고 ‘대학 교부금’을 신설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은 현행 교육교부금과 별개로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을 위해 책정하자는 내용이다.

나라살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회예산정책처도 “교육교부금의 적정 규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마당이다. 교육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분야에 교부금을 쏟아붓는 것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비대해진 교육교부금을 수술할 방법은 많다. 비율을 낮추는 것부터 대학과 예산을 함께 쓰는 안, 지방자치단체의 지방교부세와 합쳐 운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표’에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필요한 일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누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