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성공한 동국제강…컬러강판·CSP '쌍두마차' 달린다

Cover Story 동국제강

67년 역사 철강업계의 '宗家'
국내 최초 컬러강판·후판 생산
2015년 이후 7년 연속 흑자 행진
올해 8000억원대 영업이익 전망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 35% 1위
남보다 한발 앞서 투자 '역발상'
패턴·색 가미한 프리미엄 컬러강판
디자이너 상대 'B2D' 영업전략 적중

부활한 브라질 CSP제철소
연산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부진탈피 … 가동 5년 만에 흑자
美·중남미 시장 공략 중심지로
신경훈 기자
동국제강은 195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간 철강회사다. 1968년 설립된 포스코보다도 14년을 앞선 국내 철강업계의 종가(宗家)다. 67년 동안 동국제강은 철강업계에서 다수의 ‘최초’라는 기록을 써내려 왔다. 국내 최초 고로와 전기로를 가동했다. 대표 철강제품인 후판과 컬러강판을 만들어낸 것도 동국제강이 처음이었다.

철강의 역사를 써온 동국제강이지만 2010년대 중반 극심한 철강업 불황 속에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014년 산업은행으로부터 긴급 자금까지 지원을 받았다. 그 대가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동국제강은 전체 매출의 40%에 달했던 주력 품목인 후판 사업을 대거 정리하고, 컬러강판과 봉형강 비중을 늘리는 과감한 사업 재편에 나섰다.도전의 결과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2015년 이후 7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온 동국제강은 올해 2008년 철강 호황기 이후 최고 수준인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컬러강판 사업과 브라질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의 미래를 이끌 두 축”이라며 “오랜 구조조정으로 외형은 줄었지만 높은 수익성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중강(中强)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암흑기 속 ‘빛’이 된 컬러강판


철강업계에서 동국제강을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제품은 컬러강판이다. 컬러강판은 특수 도료로 색을 입힌 철강재다. 건축 내외장재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TV 등 고급 가전제품에도 쓰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동국제강은 부산 공장에서만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연 85만t의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 35%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하지만 동국제강이 처음부터 지금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2011년 이전까지 컬러강판 시장은 중소업체들이 주도했다.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 대부분이어서 납기도 제각각이었고, 품질에 대한 요구도 고객사마다 달랐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특화된 대형 철강업체엔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당시 국내 3대 철강업체인 동국제강이 컬러강판을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나선 건 업계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장 부회장이다. 2010년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제조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사장에 취임한 그는 “남보다 한발 앞서 투자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는 컬러강판 시장이 단순 도금 수준을 넘어 패턴과 색을 가미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국제강은 철강업계에선 처음으로 디자이너 4명을 영입해 디자인 전담팀을 구성했다. 2011년엔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 2013년엔 가전용 브랜드 ‘앱스틸’을 출시해 시장을 장악했다. B2B에 머물던 철강 판매 관행을 깨고 건축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직접 유통망을 확장하는 ‘B2D(Business to Designer)’라는 전략으로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동국제강의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2009년 49만t 수준이던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올해 85만t으로 7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6만t에 불과했던 프리미엄 컬러강판 생산 규모는 28만t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10%에 불과했던 매출 비중도 20%로 커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프리미엄 컬러강판의 영업이익률은 일반 철강재의 2~3배에 이른다”며 “긴 철강산업 불황기 속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내온 1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인고 끝에 부활한 브라질 제철소


컬러강판과 함께 동국제강의 미래를 이끄는 ‘쌍두마차’는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에 있는 연산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인 CSP제철소다. 동국제강은 장경호 창업주에 이어 장상태 명예회장, 장세주 회장, 장세욱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대형 고로 제철소 설립의 꿈을 키워왔다. 그 꿈은 2012년 동국제강이 글로벌 철광석 채굴업체인 발레 및 포스코와 합작해 CSP제철소를 세우면서 실현됐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간 CSP제철소는 2016년 고로 화입과 함께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CSP제철소는 2010년대 철강산업 불황, 브라질 헤알화 가치 폭락과 맞물리며 동국제강을 휘청이게 했다. 매년 손실이 발생해 누적 손실이 2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연이은 악재에도 동국제강은 CSP제철소를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중남미 등 거대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생산거점을 버릴 수는 없었다.인내의 결실은 10년 만에 나타났다. 가동 5년차부터 안정화된 생산 시스템과 올 들어 살아난 철강업황에 힘입어 CSP제철소는 올 3분기까지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현재 연산 85만t, 매출 1조4000억원 규모인 컬러강판 사업을 2030년까지 100만t, 2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DK 컬러비전 2030’을 내놓았다. 컬러강판 시장에서의 ‘초격차’ 달성을 선언한 것이다. 장 부회장은 “업계 최초를 선도해온 ‘퍼스트무버’로서의 정체성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것”이라며 “환경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노사화합도 이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