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기미 보이는데…" 13억 보류지 이번엔 낙찰될까

'유찰' 굴욕에 몸값 낮춘 DMC 롯데캐슬 재매각
보류지 재매각에 나서는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청약 통장 없이도 서울에 지어진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수색4구역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 보류지 6가구가 이날 재매각에 나선다. 입찰 대상은 전용 59㎡ 3가구와 전용 84㎡ 2가구, 전용 114㎡ 1가구다. 조합은 25일까지 입찰을 받고 당일 개찰해 30일 계약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이 단지는 수색·증산뉴타운 개발을 추진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분양한 곳이다. 경의중앙선 수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지하철 6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 가깝다. 상암DMC 업무단지도 직선거리 약 260m 정도에 그쳐 도보 10분이면 닿는다.

차량 이용시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로 등을 통해 서울 전역으로 이동하기 쉽고 인근에 수색초등학교 등의 학교가 있다. 수색산, 불광천, 증산체육공원, 부엉이근린공원, 월드컵 공원 등 자연환경도 가깝다. 때문에 2017년 분양 당시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해 서울 민간분양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이었다.
DMC 롯데캐슬 위치. 사진=롯데건설
뜨거웠던 분양 당시 열기와 달리, 보류지 매각에서는 체면을 구겼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아파트를 말한다. 수색4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0일 보류지 매각에 나섰지만, 전량 유찰된 바 있다. 최저입찰가격은 전용 59㎡ 11억5000만원, 전용 84㎡ 14억원, 전용 114㎡ 16억5000만원이었다.이번에는 가격을 이전보다 약 1억원 낮췄다. 최저입찰가격은 전용 59㎡ 10억3000만원, 전용 84㎡ 13억원, 전용 114㎡ 15억5000만원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려부터 제기된다. 가격이 예상보다 높다고 봐서다.

수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이 예상보다 높았다"며 "이 지역에 개발 호재가 많긴 하지만, 집값이 주춤한 상황에서 실거래가보다 비싼 가격을 주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 전용 59㎡와 84㎡의 실거래 최고가는 각각 10억5000만원과 12억9800만원이다.
수색역 입구에서 바라본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도 "서울 신축 아파트가 품귀라고 하지만, 옵션 등이 이미 정해진 보류지 치고는 비싸다"며 "보류지는 은행 대출이 어렵기에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보류지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기에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미 공사가 완료됐기에 옵션이나 동·호수도 정해져 있다. 때문에 보류지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서울 내 보류지 가격이 실거래가에 준하는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이 보류지를 빠르게 처분할 유인이 없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 분양가는 전용 59㎡가 4억원 중반, 84㎡가 5억원 중반이었다. 분양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팔아도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면서도 "조합 입장에서는 청산할 때까지 팔면 되는데다, 청산 전까지 월급도 계속 나온다. 되레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 기존 가구 호가를 떨어뜨린다는 불만이 신경쓰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