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안되면 단독처리"… 與에 '야당 패싱' 주문한 이재명

李, 與 상임위원장·간사단 간담회
한 시간 동안 공개 ‘군기잡기’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국민은 야당의 반대 때문에, 부당한 발목잡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민주당에 압도적 다수의 의석을 줬다"며 여당에 '단독 입법'도 불사할 것을 주문했다. 대선을 앞두고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라는 당부지만, 대놓고 '야당 패싱' 입법을 압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24일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과 정기국회 입법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장애물이 생기면 넘으라고 힘을 준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반대하면 반대를 뚫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권력을,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박완주 정책위원회 의장 등이 자리했다.

이 후보는 '신속 처리', '책임 처리' 등의 단어를 쓰며 사실상 '단독 입법'을 주문했다. 이 후보는 "국회법에 따른 법령에 따라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하고,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현안은 최대한 책임있게, 신속하게 처리하고 어려움이 있다면 패스트트랙 등 관련 제도를 활용해 당론을 정하고 절차를 개시해 국민이 드디어 신속하게, 필요한 일을 하는구나라고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합의가 안 되면 처리하는 것으로, 0또는 1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으면 하자니까" 등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와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이 입법기관에 반대하는 게 어디 있냐"며 "권한은 권한대로 행사해야 한다. 입법은 입법을 하고 집행기구는 집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기국회 처리 목표 법안을 보고 받은 뒤 △정기국회 처리 가능 법안 △패스트트랙 등 강행 처리 할 법안 △당론이 필요한 법안으로 나눠 입법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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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강경한 발언이 거듭되자 간담회에서는 이 후보의 '일방통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법안을 이렇게 끝내버리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한편의 불협화음도 있을 수 있다"며 "정리된 논의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부담스럽거나 불편할 수 있다.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국민의 작은 숨소리도 놓치지 않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은 성과라도 내겠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간담회에 앞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하고 혁신하는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큰절을 올렸다.

이 후보는 "국민이 명령하는, 당원이 지시하는 일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가진다"며 "'상대적으로 우리가 잘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이런 변명은 안 통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지금까지 우리의 민첩하지 못한, 그리고 국민의 아픈 마음을, 그 어려움을 더 예민하게, 신속하게 책임지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이 후보의 제안으로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민주당 의원을 한 시간 동안 군기를 잡은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