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도 헤지펀드처럼 굴려줘…로보어드바이저 3社 자산 1.7兆

'넥스트 토스' 뛴다…핀테크 혁명 시즌2
(3) AI 투자서비스 업체…관리자산 2년 만에 600%↑

파운트, 짐 로저스도 투자자로
펀드·ETF·연금 등 알아서 운용

핀트, 김택진 대표가 대주주
KB증권과 연금저축 서비스도

에임, 글로벌 ETF로 자산배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앱을 이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있는 파운트의 사무실. /김영우 기자
로보어드바이저 앱 핀트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 90만원을 투자한 20대 A씨. 지난 1년간 18.6%의 수익률을 올렸다. 핀트는 인공지능(AI)으로 개인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투자 전략을 제공한다.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업체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선두주자인 파운트와 핀트의 관리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9835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앱에서 앱에서 계좌를 열고 자산을 운용 중인 이용자는 15만7000명이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크게 투자자문형과 일임형으로 구분된다. 자문형은 종목이나 매수·매도 타이밍 등을 추천만 하고, 일임형은 말 그대로 AI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방식이다. 핀트는 일임형 업체다. 지난해까지 자문형 서비스만 제공하던 파운트는 올해 일임형도 선보였다.
이용자는 먼저 안전 추구형인지 위험을 감수하는 편인지 등 투자 성향을 진단받는다. 각자의 성향과 투자 금액 등에 맞춰 AI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다. 투자금액이 10만~300만원일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다. 소액으로도 은행·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MZ세대에서 입소문을 탔다.

관리자산 8924억원인 파운트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출신인 김영빈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투자 거물인 짐 로저스가 엔젤투자자로 참여했다. 최소 10만원부터 펀드와 국내외 ETF, 연금 등 다양한 상품의 일임·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24~2026년께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파운트의 기업가치는 약 24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몸값을 1조원(유니콘 기업)으로 끌어올린 뒤 상장할 것”이라며 “투자 상품군에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트는 최근 직접 메타버스와 구독경제 관련 ETF를 만들어 뉴욕증시에 상장시킨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앞으로도 장기간 우상향할 수 있는 ETF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최근 2년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본 고객은 1%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최소 수익률 보장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운트는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등 20개 금융회사에도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열리면 ‘퀀텀점프’”

안정적이고 대중적인 투자일임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는 핀트는 ETF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작년 말 32만 명이던 앱 가입자가 이달 59만 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이용자의 78%가 2030세대다. 이용자들의 초기 평균 투자일임금은 83만원이지만 추가로 돈을 더 넣은 금액 평균이 276만원에 달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부부가 핀트 운영사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대주주이며, 정인영 대표와 송인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경영진도 엔씨소프트 출신이다. 핀트는 지난해 10월 엔씨소프트와 KB증권으로부터 각각 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KB증권과 제휴해 연금저축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내년 초 맞춤형 경제뉴스를 전달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3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열리는지 여부가 업계의 ‘퀀텀점프’를 이끌 변수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투자일임사가 퇴직연금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에는 퇴직연금으로 랩어카운트 등 투자일임형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가장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게 중장기 투자”라며 “퇴직연금 시장이 열리면 업계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김대훈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