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모건스탠리가 맞다면 달러·금리 모두 뒤집힌다

23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전날과 같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금리가 계속 올랐고, 나스닥 기술주들은 비틀댔습니다.

투자자들은 전날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연임된 의미(인플레이션)를 계속해서 소화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보다 더 매파적 선택으로 여겨지면서 금리가 더 빨리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겁니다.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은 평평해졌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까지 세 번, 2023년까지 총 여섯 번이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베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상승세가 앞으로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미 국채 5년물 금리는 이날도 2.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34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10년물 금리는 5bp 추가 급증해 1.680%까지 치솟았습니다. 30년물도 5bp가량 올라 2.02%까지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나스닥은 출발부터 약세를 보였고 한때 1.59%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오후 2시 20분께부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0.5%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0.55%, S&P500지수는 0.17% 상승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전략 비축유 방출을 극복한 에너지주(3.0%), 금리 상승에 유리한 금융주(1.55%)가 이틀째 강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IT(-0.21%), 커뮤니케이션(-0.4) 등 기술 업종은 이틀째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테슬라가 4.14% 내리고 니콜라 6.9%, 로즈타운 4.2%, 리비안 1.6% 등 전기차 주식들이 급락했습니다.
이날 금리가 추가 상승한 원인을 분석해보겠습니다.

① 전략 비축유 방출 비웃는 유가 급등23일 아침 백악관이 전략 비축유 5000만 배럴의 방출을 발표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안정에 발 벗고 나선 건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한 탓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일본 영국 한국 등 여러 소비국에 연락해 공동으로 비축유를 풀기로 한 것입니다.

월가의 반응은 좀 회의적입니다. 이번 방출이 유가를 추세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전략 비축유 방출 효과는 유가를 3달러 정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분석했고, 또 지난주 비축유 방출 추진 뉴스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대로 떨어지자, 방출 소식이 이미 유가에 모두 반영됐다고 밝혔었습니다.

실제 브렌트유는 지난주 배럴당 85달러에서 78달러까지 떨어졌었는데, 오늘 방출 소식이 나온 뒤 전날보다 3.4% 오른 82.4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예상대로 3달러 정도 내린 셈입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2.3% 오른 78.50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월가가 회의적인 이유는 첫 번째, 장기적 수급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일회성 정치적 행동이란 겁니다.

두 번째는 OPEC+가 비축유 방출 소식에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려던 계획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OPEC+는 다음 달 2일 각료회의를 개최하는데요. 코로나 재확산으로 유럽 등에서 수요가 약해지고 있고, 전략 비축유 방출로 공급과잉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계획된 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축유 방출 효과는 없어질 수도 있지요. 다만 사우디 등이 이를 밀어붙여도 UAE 등 일부 미국의 맹방인 OPEC 회원국이 반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이 풀기로 한 5000만 배럴이 예상보다 적은 데다, 실제 수요가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미국의 하루 소비량이 2000만 배럴입니다. 게다가 5000만 배럴 중 1800만 배럴은 이미 방출이 예정됐던 것이고 추가된 건 3200만 배럴인데, 이는 대여 형식으로 방출하기로 했습니다. 정유사들이 나중에 되갚아야 하는 겁니다. 만약 오늘처럼 유가가 추가 상승한다면 프리미엄을 붙여 돌려줘야 하죠. 또 이들 비축유는 사우어 오일(Sour Oil), 즉 황 성분이 많아 정유사들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스윗 오일(Sweet Oil), 즉 황 성분이 적은 원유가 대세죠.

UBS는 “원유 수요는 여전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전략 비축유는 투자 부족, 증가하는 수요로 인한 수급 불균형을 바로 잡기는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란 핵협상을 통해 이란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배럴당 90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서 "하루 밤새에 높은 유가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 하지만 시간이 가면 차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은 또 "세계가 기후 변화에 더 빨리 대처하고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② 곳곳에서 드러나는 인플레이션 우려

이날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9.1로 전월 58.4보다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11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7.0으로 전월 58.7에 비해 크게 떨어졌습니다. IHS마킷 측은 서비스 회사들이 인력을 확충하려고 노력했지만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투입 비용은 이 설문을 실시한 이래 최고로 치솟았다. 이는 기업이 마진을 보호하기 위해 급등한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했다. 설문 응답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나타나면서 수요 성장을 지난 1년 내 가장 느린 수준으로 억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고 있고, 이는 수요를 억제하는 선까지 왔다는 뜻입니다.
이날 미국의 '천원숍' 격인 달러트리는 매장내 제품 가격 대부분을 1.25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굴복해 35년간 지켜온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같은 '1달러'를 포기하고 무려 25% 가격을 올리는 겁니다.

③ "빠른 테이퍼 적절", 보스틱 부의장 되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전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더 빠른 테이퍼링은 Fed에 확실히 더 많은 선택권을 줄 것이다. 나는 Fed가 테이퍼링의 속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는 오는 12월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엽니다. 그리고 테이퍼링의 속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등 Fed 위원 중 세 명이 다음번 FOMC에서 더 빠른 테이퍼링이 고려될 수 있다고 지난주 밝힌 상황에서 보스틱 총재까지 가세한 것이죠. 속도를 두 배(매월 150억 달러→300억 달러)로 높인다면 내년 3월이면 채권 매입은 종료됩니다.

보스틱 총재는 '1분기 말까지 테이퍼를 끝내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최근 경제 데이터가 들어온 방식을 고려할 때 그 시기가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음 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할 Fed 부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FOMC의 상근 투표권자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침부터 뉴욕 채권시장엔 상당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590억 달러의 미 국채 7년물 입찰이 있었는데, 7년물은 인기없는 채권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말 금리가 폭등했던 계기가 바로 7년물 입찰 실패였었지요. 게다가 바로 전날 2년, 5년물 경매가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인해 금리가 튀는 걸 봤기 때문에 모두가 경매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오후 1시 발표된 결과는 예상보다 좋게 나왔습니다. 낙찰 금리가 1.588%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 1.598%보다 1bp 낮았습니다. 응찰률도 2.424배에 달해 지난달 2.245배나 최근 여섯 번 입찰의 평균인 2.305배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입찰 결과가 좋게 나오면서 그나마 폭등할 수도 있었던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대부분이 오늘까지만 일하고 5일 추수감사절 연휴에 들어간다. 파월 의장 재지명 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전환하는 수요가 일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월가에서는 10년물 금리가 곧 연고점인 연 1.75%까지 갈 것이란 예상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베어 플래트너' (Bear Flattener :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해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것) 거래로 인해 10년물 금리가 많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즉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채권 단기물은 공매도하고 장기물을 사는 식으로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단기물 금리는 더 오르고, 장기물 금리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BCA리서치는 신흥시장 주식은 미 국채 2년물 등 단기물 채권 금리와 관련이 높아 단기물 금리가 오르면 내려갈 수 있지만, 미국 주식은 30년물 등 장기 금리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골드만삭스(2020년 7월), JP모간(2022년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2022년 6월), 씨티(2022년 6월) 등 월가 대부분 금융사는 Fed가 내년 중반께 테이퍼링을 끝내고 곧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꿋꿋이 Fed가 2023년 1분기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하락, 노동인구 참여 증가 등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시장은 빠르면 3월,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이러한 기대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파월 의장 연임 등 FOMC 구성원 교체가 자신의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매파적일 수 있다는 시장 베팅(베어 플래트닝, 실질 금리 상승, 강달러)이 곧 너무 비둘기파적일 수 있다는 베팅(베어 스티프닝,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 약달러)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과연 월가 컨센서스가 맞을까요? 모건스탠리의 주장이 맞을까요? 모건스탠리가 맞춘다면 금리, 달러 등의 상승 추세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수많은 경제 지표가 쏟아집니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발표 일정이 앞당겨진 탓입니다. Fed의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발표되며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내구재 주문,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인플레이션 기대치 포함), 신규주택 판매 수치가 나옵니다. 또 Fed의 11월 FOMC 회의록도 발표됩니다. 이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일부 나타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