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한다·조문간다 했는데"…여야, 全 사망 입장 번복한 이유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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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보의 딥데이터]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소식에 여야가 애도 혹은 조문계획 입장을 밝혔다가 번복했다. 대통령 선거 100여일을 앞두고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 지지율 인식 全 사망 입장 번복한 듯
與 "명복·애도"→"조화·조문·국가장 불가"
尹 오전엔 "조문 간다"→오후엔 "안간다"
'全, 공과 있다' 동의 않는 비율, 동의 2.5배
全 부정 평가 73%…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
캐스팅보트 쥔 2030세대 부정인식 제일 커
'대중 관심 지표' 검색량도 '전두환'>'대장동'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 일기로 사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고 처음 적었다.하지만 이후 호칭은 '씨'로 변경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는 문구는 삭제했다가 다시 "끝까지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 않은 어리석음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민주당은 조화, 조문, 국가장 불가"라고 내용을 전면 수정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전날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조문을)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가 이후 국민의힘 공보실을 통해 조문을 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대선 코앞인데…"괜한 민심 안 건드려야"
정치권의 이러한 반응은 지지율 셈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윤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0.5%포인트까지 윤 후보를 추격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오는 등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공 보다 과가 많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여야 언행이 지지율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에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윤 후보의 경우 지난달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룬 바 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코리아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9%로 "동의한다"(27.2%) 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윤 후보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 해명이 해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59.4% 보다 높을 정도로 여론이 부정적이었던 셈이다.이러한 여론을 반영하듯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38.7%대 42.7%로 크게 뒤지기도 했다. 이번에 윤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의 조문 계획을 바꾼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역대 대통령 공과를 조사한 결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73%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았다. 긍정 평가는 16%로 가장 낮았다.특히 차기 대선을 좌우할 캐스팅보터로 주목되는 2030세대의 경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10%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기도 하다. 최근 KSOI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20대와 30대는 각각 37.8%와 25.6%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검색량도 '전두환'이 '대장동' 크게 앞서
네이버 검색량을 나타내는 네이버 트렌드에서도 '전두환' 키워드 검색량이 '대장동' 보다 높다. 두 키워드 모두 부정적인 이슈를 포함하고 있지만,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대중 관심이 더 컸던 셈이다. 특히 10월 중순 이후로는 대체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색량이 더 높은 편이다.지난달 19일 윤 후보의 '전두환 공과' 발언이 논란이 되자 검색량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전 전 대통령의 검색량은 그가 5.18 민주화운동의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선 201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국가장을 치르게 되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전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여권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여야 입장 번복은 대선 지지율을 염두한 판단으로 보인다"며 "고인은 경제 분야에서 공이 있다고는 하나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과오가 수십년째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이 오랜 기간 축적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부정적인 인식이 큰 젊은 층과 호남지역 민심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