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없이 블프 쇼핑하면 바보라고?"…고수들 지갑 열어보니

카드사 "블랙프라이데이족 잡아라"
결제액 및 배송비 할인부터
캐시백·직구 보험 서비스까지

'보복소비'에 행사 역대급 규모 전망
해외직구 거래액 5조원 돌파할 듯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이모씨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블랙프라이데이족(族)'이다. 매년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리는 연말이면 대형 가전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하나씩 사들여 집안일을 줄임과 동시에 가정 내 분위기 전환까지 이루고 있어서다. 평소에도 의류, 식음료, 주방 기구 등 다양한 품목을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를 통해 싸게 들여오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이씨는 사용하는 카드부터 남들과 조금 다르다. 해외직구에 특화된 할인 및 적립 혜택이 큰 카드를 골라 소유하고 있다는 이씨는 블랙프라이데이 맞이 카드사 추가 혜택까지 활용하면 더욱더 현명한 소비를 이룰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직구족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의 대형 할인 행사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잡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 분위기가 예년과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 지급, 보복 소비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행사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최근 국내에서 해외직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동향도 ‘쇼핑 대잔치’가 벌어질 것이라 예견되는 요인 중 하나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우리·KB국민·비씨카드가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혜택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고객 잡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유명 해외직구 플랫폼 이용료, 배송비를 할인해주거나 해외 가맹점 결제액 일부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랙프라이데이 맞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카드사는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자사 해외직구라운지에서 온라인몰을 경유해 달러로 결제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캐시백 혜택을 주고 있다. 이달 말까지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이베이 등에서 100달러 이상 하나카드로 결제할 경우 10%를 하나머니로 돌려준다. 캐시백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3만원이다. 여기에 직구라운지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최대 1만원 캐시백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무료 직구보험은 덤이다. 현재 하나카드 해외직구라운지에서는 10만원 이상 결제 고객에게 단순 변심을 포함한 불착·파손·반품 건에 대해 연간 1회 최대 100만원까지 보상해주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서는 무려 결제액의 20%를 깎아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 마스터카드로 50달러 이상 결제를 하면 10달러 할인, 100달러 이상 결제를 하면 20달러 할인이 자동 적용된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까지 활용하면 최대 8달러의 즉시 할인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진행되는 할인 혜택은 한국 시간으로 이달 25일 오후 5시부터 30일 오후 4시59분까지 유효하다.
사진=하나카드
우리카드는 다음 달 말까지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에서 50달러 이상 결제 고객에게 배송비를 최대 12달러 할인해주고, 아이포터에서 100달러 이상 배송 신청 시 배송비 10달러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비타트라와 테일리스트에서도 100달러 이상 결제 시 10달러를 깎아주는 혜택을 준다. KB국민카드는 이날까지 아이포터에서 결제한 내역을 인증한 고객을 대상으로 배송비를 최대 20달러 할인해준다. 비씨카드도 이달 말까지 몰테일 이용 고객에게 배송비 최대 15달러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기본 혜택 자체가 해외직구에 최적화된 카드도 있다. '신한카드 더모아'는 5000원 이상 결제 시 1000원 단위 미만 금액을 모두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는데, 이를 아마존에 활용하면 소비자는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더모아 카드가 해외 이용 금액에는 포인트를 더블로 적립해주는 특별 적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이 카드를 통해 아마존에서 5900원 기프트카드를 구매하면 결제액의 30%에 달하는 1800원이 포인트로 적립된다. 적립 한도와 적립 제한 업종은 없다. 조건은 월 30만원 이상 사용이 전부다. 쌓인 포인트는 신한은행의 달러예금 계좌나 신한금융투자 주식 계좌로 바로 입금돼 현금처럼 사용하기에도 용이하다.

특정 해외직구 플랫폼을 겨냥한 카드도 올해 잇따라 등장했다. 지난 7월 시장에 등장한 '몰테일 플러스 하나카드'는 모든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 시 1.7% 청구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몰테일에서 결제 시 캐시 2% 적립, 묶음 배송 3달러 할인, 델라웨어 배송료 1달러 할인 혜택도 따라온다. 현대카드가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운영 중인 '스마일카드 에디션2', '스마일카드 더 클럽'은 해외 가맹점 결제 금액의 2%를 스마일 캐시로 돌려준다.

국내 카드사들이 블랙프라이데이 맞이 혜택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연말 특수를 잡기 위한해서다. 특히 올해는 업계 기대감이 크다. 코로나19 지원금 지급, 보복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행사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소프트웨어업체 어도비의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어도비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말 미국 온라인 매출 규모가 2070억달러에 달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최근 국내에서 해외직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동향도 올해 전례 없는 쇼핑 대잔치가 벌어질 것이라 예견되는 요인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해외직구 거래액은 4조1094억원으로 처음으로 4조원 선을 넘어섰다. 2018년 해외직구 거래액이 2조9717억원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무려 38.3%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시장 규모가 2조5336억원까지 확대되면서 연간 기준 5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해외직구 시장이 활성화된 가운데 보복 소비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자금이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종 할인 혜택을 통해 카드사와 고객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