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5분의 1 토막, 제대로 물렸다"…16만 개미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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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추락하는 신풍제약 주가신풍제약 주가가 고점 대비 5분의1 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한 때 10조원을 넘기도 했던 시가총액은 2조원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주가를 끌어 올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은 사그라든 데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신풍제약은 유독 개인투자자(개미)가 몰려 있는 주식이다보니 주가 하락에 대한 반발이 시장 안팎에서 일고 있다.
경찰 비자금 조사까지 악재 터져
작년 9월 시총 10.5조→1.7조원으로 '급감'
치료제 기대감에 작년 9개월 만에 27배 뛰더니
회사·대주주 지분 매각으로 3834억원 챙겨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11분 현재 신풍제약의 주가는 전일 대비 3350원(9.19%) 하락한 3만3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19.36% 하락한 데 이은 급락세다.신풍제약의 주가는 작년 9월18일에 19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이와 비교하면 81%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작년 10조4910억원에 이르던 시가총액은 전날 1조9313억원이 축소된데 이어 이날도 1775억원 더 증발하게 됐다.
전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서울 강남구 신풍제약 본사 재무팀과 경기 안산시 공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 내리고 있다. 신풍제약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동안 의약품 원료회사와의 허위 거래, 단가 부풀리기 등을 통해 25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풍제약도 공시를 통해 “(비자금 조성혐의) 건과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라며 “관련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경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며 그렇지 않아도 약세를 보였던 신풍제약의 주가는 하염없이 떨어졌다. 주가를 끌어 올린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용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던 터였다. 이미 지난 7월 나온 임상 2상 결과에서는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신풍제약은 임상 3상 진입을 강행했다.
신풍제약의 주가는 코로자19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이전만 하더라도 주가는 1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9년 종가는 7240원이었다. 그러나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용도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직후인 작년 2월6일 처음으로 장중 1만원을 돌파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작년 2월 신풍제약 오송공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중국 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코로나19 사태에도 흔들림 없이 수출을 이어가는 한편, 말라리아, 뇌졸중 치료제 등 신약개발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패시브 펀드들도 신풍제약 주가급등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이던 시절 말라리아치료제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예방용으로 복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제로의 개발 기대감도 커졌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그가 복용한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하면서, 신풍제약 주가가 출렁이긴 했지만 작년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고공행진했다. 여기에 신풍제약은 시가총액 규모가 커져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됐고, 이 지수를 추종할 수밖에 없는 펀드 자금까지 유입됐다.이러한 주가 흐름에 개인투자자들도 급격히 몰려들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신풍제약의 소액 주주 수는 16만9735명이고,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57.57%에 달한다. 회사의 절반 이상을 소액주주가 들고 있다.
때문에 최근의 주가하락에 개인들은 회사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지난 17일 소액주주모임은 신풍제약 본사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액 주주모임 의장은 "그동안 피라맥스의 효능을 굳게 믿고 신풍제약에 투자해왔다"면서 "글로벌 임상으로 포장했던 필리핀 임상은 거의 1년간 감감무소식이고, 반드시 효능을 입증하겠다고 한 국내 임상 3상 역시 몇 달 째 별다른 소식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주가는 반의 반 토막이 돼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나 대주주들은 두 차례의 블록딜을 통해 이미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실제 회사와 대주주는 주식을 팔아 주머니를 채웠다. 신풍제약은 회사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던 작년 9월 자사주 약 129만주를 주당 16만7000원에 팔아 2154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올해 들어서도 신풍제약의 최대주주인 송암사는 4월에 약 200만주를 블록딜 형태로 주당 8만4016원에 팔아치웠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