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부터 무기거래 반대 평화운동까지

다큐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금기에 도전'
2003년 나온 다큐멘터리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은 불교 신자 오태양 씨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을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김환태 감독은 이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의 흐름을 놓지 않았다.

18년 만에 다시 내놓은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금기에 도전'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점차 개인적 양심과 성향에 따른 병역거부로 확산하고 201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체복무 제도가 도입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그 사이에는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부대 복귀를 거부했던 현역 군인이 있었고, 이명박 정권 당시 광우병 반대 촛불 시위를 진압하던 의경이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운동의 중심에는 평화주의자와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이 있다.

초창기 양심적 병역거부 당사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후원자였던 활동가들은 운동의 방향과 역할을 고민하며 무기 거래를 반대하는 평화운동으로 나아간다.

24일 오후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김환태 감독은 "(대체복무제 논의가 이뤄지던) 2007년쯤 완성을 하려고 했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단체도 나도 방황하고 부유하는 시간을 겪었고, 이후 촛불시위로 정부가 바뀌고 대체복무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까지를 담았다"며 "끝까지 기록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로 쭉 해왔다"고 지난 18년의 세월을 돌아봤다. 오태양 씨의 선언 이후 병역거부 문제를 기록해 온 김 감독은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이후 현역 군인으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강철민 이병과 기독교 연합회관 708호에서 8일 동안 함께 농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708호 이등병의 편지'(2004)를 만들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영화 안에서도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군대에 갔다 온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에서 겪었던 문화를 가정에서 대물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들이 조금 더 옅어진다면 한국 사회가 조금 더 발전하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그런 과정 속에서 평화 운동과 활동가들이 해 왔던 것들이 유의미했다"고 말했다.
다큐에 등장한 양심적 병역거부 당사자이자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였고, 현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변호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여전히 징벌적 성격이 강한 대체복무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는 흐름은 멈췄고, 대체복무 절차도 이뤄지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바뀌었나 생각해 보면 20년 가까이 해 온 도전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재판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진다.

검사와 판사가 하는 날 선 말들을 들을 때, 우리가 했던 운동이 어디쯤 와 있을까 생각하게 되면서 좀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군사주의, 반공주의는 여전히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유효한 방식인데, 이게 공기처럼 너무 당연해서 군사주의와 반공주의가 뭔지 잘 얘기해주는 텍스트가 흔하지 않다"며 "영화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특정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군사주의와 한국 사회 전체를 해석하고 보여주는 좋은 텍스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는 12월 9일 개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