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10만원 빙수, 겨울엔 20만원 케이크…진정 '한 입의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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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겨울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전'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호텔들이 연말연시 수요를 잡으려 고급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였다. 여름철 10만원에 육박하는 호텔 빙수가 대표적 '한 입의 사치'로 자리잡았다면 겨울철에는 20만원을 호가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특급호텔 소재 베이커리들은 오는 12월 한 달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판매한다. 일반 제과점 제품보다 비싸지만 사진 찍기 좋은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정도의) 매력에 매년 연말 MZ(밀레니얼+Z)세대 고객이 몰리는 상품이다.입보다 눈부터 즐거운 케이크들은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색상인 빨간색과 눈을 뜻하는 흰색이 주류를 이뤘다. 가격은 대체로 4만원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콘셉트를 호텔 실내 인테리어와 맞춘 '글램 레드'로 정하고 9종의 상품을 내놨다. 대표 제품인 '미러 글레이즈 무스 케이크'의 경우 캐러멜 초콜릿 무스에 살구 컴포트를 넣고 케이크 전체를 붉은 글레이즈로 감쌌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대표 크리스마스케이크로 히비스커스 베리티를 사용한 무스와 산딸기가 어우러진 '히비스커스 센세이션'을 민다. 호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베이커리 '더 델리'는 새하얀 볼 안에 화이트 티라미수, 다크 초콜릿 무스, 산딸기 젤리 등을 담은 크리스마스 보물상자 초콜릿 케이크가 주력 제품이다.파크 하얏트 서울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표현한 '크리스마스 에디션 케이크'를 내놨다. 화이트 초콜릿 무스가 베이스인 촉촉한 시트 안에 딸기 콤포트와 피스타치오를 채웠다. 잠실에 새로 문을 연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골드 캔들·딸기 쇼트·산타 벨트 등 페스티브 케이크 3종을 내놨다.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꼽히는 장작 모양의 초콜릿 케이크 '부쉬드 노엘'도 빠질 수 없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 레지던스는 부쉬 드 노엘, 딸기 생크림, 치즈 케이크 총 3종을 출시했다.이색적 이글루 모양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인 호텔 베이커리도 있다.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 델리는 블루베리 콩피 케이크에 생크림과 오레오 크림을 섞어 얹은 '이글루 케이크' 등 11종을 선보였다. 그랜드 델리의 김동우 제과기능장은 전통적 부쉬 드 노엘뿐 아니라 쑥 크림으로 눈 덮인 산을 형상화한 '초코나무 쑥 케이크'도 내놓았다. 올 여름 한 그릇에 9만8000원짜리 빙수로 화제를 낳은 조선팰리스호텔은 겨울에는 20만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인다. 조선델리 더 부티크에서는 평소에도 파티시에가 특별 제작한 '웨딩 드레스 케이크'를 2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전용 케이크를 선보여 최고 20만원에 내놓는다는 방침이다.호텔 케이크는 그동안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해 입과 눈이 함께 즐거우려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됐다.
연말연시가 아니라도 가족이나 지인이 모이는 자리에 선물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신라호텔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가 지난해 추석 연휴를 포함한 한 주간의 케이크 판매량 분석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추석기간보다 25%가량 뛰었다. 호캉스(호텔+바캉스)가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들과 호텔 케이크와의 접점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호텔 서울과 월드, 제주의 베이커리에서 파는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는 한 달간 4600개 넘게 팔려 매출이 3억원을 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은 호캉스에 익숙하고 디저트를 즐기는 특징이 있어 호텔 케이크 인기가 높다"며 "특히 평소에 케이크 판매량이 월간 수백개라면 대목인 12월에는 1000개가 훌쩍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