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현재 금리도 여전히 완화적…1분기 인상 배제할 수 없어"

기준금리, 20개월 만에 1%대 '복귀'
"실질 기준금리 여전히 마이너스로 중립금리보다 낮아"
"코로나 확산에도 소비회복세 지속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내년 1분기 경제 상황에 달려있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11월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주상영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0.75%로 동결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는 지난 8월 0.75%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 총재는 "지난 통화정책방향문(10월)에서 '점진적'이라는 문구를 뺀 가장 주된 이유가 금리는 연속해서 올리지 않는다는 도식화는 옳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며, 물론 연속으로 올리겠다는 뜻도 아니다"라며 "경제 여건이 정상화되는 상황이 된다면 1분기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추가 인상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며 "그때그때 입수되는 지표들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상으로 금리가 1%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로, 중립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에 있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시중 유동성을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규모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M2를 보면 수개월째 두자릿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성장과 물가 전망을 감안할 때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며 "경제상황 개선에 맞춰서 기준금리를 정상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아직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경기가 다시 식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두 차례 인상했고 앞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은 코로나19 위기가 발발했을 때 충격에 대응해서 이례적으로 0.50%까지 낮춘 것이기 때문"이라며 "위기 대응 조치를 경기 상황이 개선되면 정상화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물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최근 성장세와 물가오름세가 계속 확대되는데 통화정책이 가만히 있다면 완화정도는 더 커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물가 오름섹 확대됨녀서 실질적인 완화정도가 이전보다 확대됐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둬 2월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불식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금융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치일정이나 총재 임기 같은 거 결부시켜서 얘기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고려,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그런 입장은 갖고 있다"고 단언했다.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당국이 거시건전성 정책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불균형이 상당 부분 누적돼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거시건전성 정책에 더해 통화 정책이 경제상황의 개선에 맞춰 정상화된다면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행위가 줄어드는 등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간 이자 2조9000억원 늘어…"소비 제약은 크지 않을 것"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4% 수준을 유지했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3%를 유지한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5%에서 2.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크게 확대됐고,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주요 전망 기관은 유가가 80달러인 현재 수준에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편으로는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높은 오름세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고 짚었다. 실제로 물가가 오른 품목이 늘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상승 압력이 여타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있다"며 "2% 이상 상승한 소비자물가 품목 개수는 연초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그런 품목 중에서도 수요측 물가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비중도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겠지만, 소비를 위축시키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기준금리가 0.25% 인상되면서 작년말 대비 연간 이자부담 규모가 2조9000억원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 영향은) 신규 차입자에게 적용 우선되고 기존 차입자에겐 시차 두고 이자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변동금리 비중이 75%에 이르고 있어서 어느 정도 시차는 있겠으나 가계의 이자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를 제약하지 않느냐 하는데 이런 효과도 있지만 경제 전체로 봤을 때 민간 소비는 경제활동 정상화, 재정 의 취약 계층 지원으로 인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면서 "대출금리 인상의 소비 제약이 일정 부분 있어도 전체적으로 보면 크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대인 4000명대를 기록하면서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지만, 소비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전망할 때 재확산 영향을 일정 부분 이미 감안했고, 실제 데이터를 보면 방역정책이 전환된 이후 소비 개선세가 뚜렷해졌다"며 "정부의 방역정책도 이동제한이나 영업제한보다는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쪽으로 수립할 것으로 예상돼, 재확산에도 소비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