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사라더니…" 지라시 믿은 개미들 '피눈물'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명문제약·램테크놀러지 사례 살펴보니
확인되지 않은 소문부터 가짜 보도자료까지

세력들 차익실현…피해는 개인 몫
주담 통해 사실 여부 확인해야, 역발상 투자 '조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격언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로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들리는 소문을 토대로 주식을 매수했다가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주식 상승 재료는 현실화되는 순간 '매도 타이밍'이라는 얘기다.

최근 우리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담은 사설정보지 '지라시'이다. 언론이 통제되던 독재정권 시절엔 정보 유통의 순기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가짜 정보를 뿌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세력(?) 때문에 개미들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뉴스보단 지라시에 정보력을 의존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하루 종일 정보를 쫓는 기자들 보다도 다른 일반인들이 더 빨리 많은 지라시를 받아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주식 투자자는 돈이 되는 진짜 '정보'와 허위 루머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지라시 돈벌까?

최근 명문제약 소액주주들도 지라시로 인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지라시가 돌면서 당시 주가가 장중 1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할 당시 매도에 나섰던 개인들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는 회사의 입장과 동시에 주가가 회복했기 때문이다.

다만 명문제약은 이후에도 M&A관련 여러 잡음이 들리면서 주가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당시 돌았던 지라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명문제약 실사 과정에서 거래정지가 될만한 요인이 발견돼 곧 거래정지가 될 것이며, 엘엠(LM)바이오사이언스라는 검증 안된 비상장사가 명문제약을 인수할 것이란 지라시였다.실제로 해당 내용은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우선 거래정지와 관련해서는 일부 세력이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엘엠바이오사이언스의 인수 의향서 접수는 사실이지만, 명문제약 측에서 수취 거절로 반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엘엠바이오사이언스가 인수할 것이란 소문을 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명문제약 측이 내용증명을 발송,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명문제약은 현재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엘엠바이오사이언스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그 사이 명문제약의 주가는 요동을 쳤다. 누군가는 손실을 본채 주식을 던졌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저가에 주가를 담고 차익실현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 하나 때문에 주주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

가짜 보도자료 소동, 주가 띄운 뒤 먹튀?

최근에는 불화수소 제조 전문 업체 램테크놀러지가 '가짜 보도자료' 소동으로 곤욕을 치뤘다. 가짜 보도자료가 보도된 직후 램테크놀러지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게 배포된 '초순도 불화수소 기술 개발'이라는 보도자료는 회사 측이 배포한 자료가 아니다. 이 사칭 보도자료에는 "램테크놀러지가 액체와 기체 형태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가짜 보도자료가 기사화된 직후 램테크놀러지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보도자료는 실제 홍보대행사나 회사 측이 만든 자료가 아니라 누군가 만든 가짜 보도자료이다. 이 자료에는 특허 번호부터 램테크놀로지 홍보 담당자 연락처까지 기재돼 있다. 마치 램테크놀로지가 특허 등록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낸 것처럼 꾸며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업계는 램테크놀러지의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짜 보도자료'를 만들고, 주주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특허 뉴스를 가공해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회사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고, 더군다나 중요 기술의 경우 내부 보안을 철저히 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 회사 임원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램테크놀러지 주가 급등하던 당시 김홍달 램테크놀러지 부사장은 그동안 보유하던 자사 주식 7만1255주(지분 0.62%)를 팔아치웠다.

김 부사장은 지난 22일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3만주를 주당 8890원에 처분한 데 이어 23일에는 남은 4만1255주 전량을 1만1550원에 장내 매도했다. 총 7억4000만원이 넘는 규모다. 가짜 보도자료 소동을 이용해 내부 임직원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통상 주식시장 지라시는 개별 기업들의 내밀한 정보가 실린다. 특정 애널리스트가 직접 기업을 탐방해서 분석해 놓은 것도 있지만, 기업 내부자가 흘리는 것이나 그 주변사람들이 무심코 주워듣고 전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시세조정, 주식투자 피해 줄이기 위해선?

사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익숙해져 있다. 오히려 소문을 역이용해 돈을 벌려는 이른바 '역발상 투자' 기법도 오래 전부터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간 큰 개미'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개인 홀로 시세조정하는 세력을 상대하기는 쉽지가 않다. 지라시가 돌면 주식시장에서는 사실 확인이 곧바로 이어지고 정확한 정보가 금방 업데이트 되면서 주가는 머지않아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이 과정에서 지라시와 가짜뉴스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거둔 세력들은 유유히 사라진다. 결국 피해는 소액주주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지라시 피해와 관련해 해결책은 없을까, 우선적으로 회사의 대응이 중요하다. 램테크놀러지 가짜 보도자료 소동을 두고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가짜 보도자료가 나온 직후 곧바로 대응한 것이 아닌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회사의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라시와 관련해 회사의 적극 대응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회사가 잠잠하다면, 소액주주들이 직접 주식담당자에게 연락하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 주담으로 불리는 이 업무는 주주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한 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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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시 등 시세조정이 '범죄'가 된다.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자금이 투입된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최근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벌금도 300억원에 달한다. 이씨 등은 라임 펀드의 자금 등을 지원받아 코스닥 상장사 7개를 인수한 후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한 후 허위 보도자료로 주가를 부양시켜 수백억대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식 전문가들은 역발상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주식시장 격언이 있지만 잘못했다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은 소문과 루머가 날마다 생성되고 지라시를 통해 확산되면서 관련 주가가 널뛰고 이로 인해 누군가는 돈을 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손실을 보는 곳이다.그렇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팩트 체크를 해야한다. 꼭 뉴스를 보면서 주식 투자를 할 필요는 없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는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소문으로 인한 모든 손실은 개인 홀로 짊어질 수 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