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연극의 만남…"삶이란 게임은 결코 멈추지 않아"

독일 신진연출가 주자네 케네디
메타버스 활용한 연극 '울트라월드' 국내 초연
국립극장서 25~27일 공연
국립극장이 독특한 소재를 다룬 연극을 선보인다. 오는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내 초연하는 '울트라월드' 이야기다. 국립극장이 5년 만에 내놓은 해외 초청작이다. 가상현실 속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삼은 연극으로, 독일 신진 연출가 주자네 케네디(44·사진)가 연출했다.

그가 제작한 울트라월드는 현대적인 연극을 주로 내놓는 극장인 독일 폴크스뷔네극장서 지난해 1월 세계 초연했다. 독일 평단에서도 낯설어 했던 공연이었다. 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연극에 메타버스를 녹여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극도 하나의 환상이라는 점에서 메타버스과 일맥상통합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역할놀이를 하는 거죠. 저한테는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메타버스가 던지는 질문인 '현실은 무엇인가'가 더 와닿았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고찰해볼 수 있었죠."

주자네 케네디는 현재 유럽에서 떠오르는 신진 연출가다. 2013년 '올해의 신인연출가상'을 수상했고, 유럽 현대연극을 주도하고 있는 극장 폴크스뷔네의 협력연출가다. 메타버스, 가상현실(VR) 기술 등 연극에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복제인간을 통해 사이버 페미니즘을 다룬 '문제에 처한 여자'를 연출했고, 관객이 직접 아바타가 돼 무대에 오르는 '다가오는 사회'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이번 연극의 줄거리에 메타버스를 녹여냈다. 연극 '울트라월드'의 주인공이자 게임안 에 있는 아바타 '프랭크'가 자신이 시스템에 반항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가며 게임과 같은 현실에 대해 성찰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 가상현실에 머무는 아바타의 이야기가 메타버스를 연상시킨다.케네디는 제임스 P.카스의 책 '유한게임과 무한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인생이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하게 된다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우리네 삶과 인생의 규칙은 무엇인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케네디는 책과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삶이란 게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라며 "앞선 게임을 완료해도 다음 게임이 인간을 기다리고 있고 끝없이 반복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장르 중에서 그는 왜 연극을 골랐을까. 케네디는 연극만이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힘을 믿는다고 했다. "신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연극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특정 시간과 특정 공간에서 관객과 직접 마주할 때만 나오는 연극의 '현존성'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아요. 때문에 연극이 고대부터 계속 전해져 온 겁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