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썼어요"…'더 작게' 이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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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인테리어 뜨니…서울에 있는 공기업에 재직하며 혼자 자취를 하는 박진우 씨(34)는 최근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에 푹 빠졌다. 박 씨는 최근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절반 정도를 버렸다. 안 쓰는 가구와 크기가 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가전들도 버리거나 중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팔았다. 대신 그는 정리나 수납을 할 수 있는 용품과 미니가전 등의 제품을 새로 샀다. 공간을 늘리기 위한 부분 리모델링도 진행했다.
수납·정리용품, 미니가전 시장 커진다
리모델링 열풍도…비용은 수천만원
미니멀리즘+플렉스 특성 융합된 시장
공간은 한결 간결해졌지만 미니멀리즘을 위해 든 돈도 만만치 않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그는 “미니멀리즘을 위해 지출한 내역이 2000만원 이상으로 생각보다 많았다”며 “공간을 비우는 것도 돈이 들더라”고 말했다.최근 들어 집 안에 처박혀 있던 물품들을 정리하거나 공간을 재배치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다. 이 인테리어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줄여 간결함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미니멀리즘이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리를 위한 용품이나 공간 차지가 적은 미니가구·가전 등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미니멀리즘+플렉스 융합된 시장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니멀리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인 지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달 간(10월24일~11월23일 기준) 선반이나 행거·진열대용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 급증했다. 물건을 보관하거나 걸어 한 데 모을 수 있는 용품들이다. 기타 수납이나 정리용품들도 판매액이 72% 뛰었으며 주방선반용품도 50% 신장했다.미니멀리즘 인테리어에선 주로 물건을 늘어놓는 것을 지양한다. 이를 위해 물건을 보이지 않게 두거나 숨길 수 있는 수납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좁은 공간이나 틈새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랍용품이나 필요에 따라 원하는 장소로 옮겨서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서랍장 등이 인기다.초소형 미니가전의 인기도 높아졌다. 최대 취사 용량이 단 1인분에 불과한 밥솥이나 초소형 식기세척기 등이 대표적이다. 초소형 가전 제품의 판매확대 등에 주력해 온 쿠쿠전자는 이같은 전략이 시장에 먹히면서 지난해에 매출 5878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4%, 43.8% 증가한 규모다.
미니멀리즘을 위해 되레 소비를 아끼지 않는 현상이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선 미니멀리즘 유행과 '플렉스(재력이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행위)'를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시장이 생겨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천만원대 리모델링하기도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위해 가장 큰 돈이 드는 영역은 리모델링이다.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 혹은 불필요한 살림을 버리거나 수납해 놓는 미니멀리즘이 반영된 설계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물건을 보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초대형 현관 팬트리나 창고 공간을 새로 만들거나 ‘무몰딩·무문선(몰딩이나 문선이 없이 단순하게 마감하는 것)’ 등을 제작하는 식이다.이같은 인테리어는 시공 단가가 높은 주로 고급주택에나 적용되던 방식으로 최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선호도가 커진 것이 특징이다. 시공 비용에만 수천 만원이 든다. 고급 리모델링 사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과 기업들의 매출은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6년 28조4000억원에서 작년 41조5000억원까지 성장했다.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집안 곳곳에 불필요한 장식을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며 보이는 진열보다는 숨기는 수납을 위한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사실상 보이는 리모델링 용법보단 숨기는 법이 단가가 세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많이 적용할수록 시공 비용이 커져 전용 84㎡ 기준 최대 7000만~8000만원까지 드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