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새 대표에 류영준…여민수와 '투톱'

류, 보이스톡 만든 개발자 출신
핀테크 사업 맡으며 '페이' 이끌어
새로운 리더십 구축 선봉장으로

카카오페이 새 대표엔 신원근
내년부터 카카오를 이끌 여민수(오른쪽)·류영준 공동대표 내정자. 여 대표가 여덟 살 위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새로운 리더십 구축에 나선다.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여민수·류영준 체제로 개편

카카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여민수 카카오 대표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공동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두 대표 내정자는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조수용 현 공동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 후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신원근 카카오페이 전략총괄부사장(CSO)을 류 대표의 후임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신 내정자는 2018년 카카오페이 CSO로 합류했다.1977년생인 류 내정자는 건국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개발자 출신이다. 삼성SDS 등을 거쳐 2011년 카카오에 입사했다. 카카오톡 인기 서비스인 ‘보이스톡’(음성통화)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국내 최초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개발했다. 2013년부터 카카오에서 핀테크 사업을 주도하다가 2017년 설립된 카카오페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카카오페이의 결제 서비스를 확대하고 송금, 멤버십, 인증, 대출, 투자, 보험 등을 추가하면서 국내 핀테크산업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도 이끌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직후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올해 세 차례나 국감장에 출석했다. 최근 과도한 사업 확장 논란 등 카카오에 대한 비판이 새로운 리더십 구상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상생, 기술, 글로벌…세 개의 키워드

김 의장이 꼽는 다음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는 ‘상생’, ‘기술’, ‘글로벌’로 전해졌다. 여 대표도 이날 “카카오가 사회와 했던 약속들을 책임감 있게 잘 수행하라는 의미로 알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기술과 혁신은 류 내정자가 이끌 전망이다. 류 내정자는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지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사업은 관련 계열사 대표들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는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등이 앞장서 해외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두 공동 대표 내정은 성과 보상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8년부터 카카오를 이끈 여 대표는 공격적 경영 활동으로 카카오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류 내정자도 1000억원을 밑돌던 카카오페이의 연간 매출을 올해 네 배 이상 끌어올렸다.여 대표는 이날 직원 공지에서 “카카오페이를 통해 일상의 결제와 금융 경험을 혁신적으로 이끌어낸 ‘혁신 라이프 설계자’ 류 대표와 함께 만들어 갈 카카오의 모습이 또한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인 조수용 대표는 4년 동안 여 대표와 함께 카카오를 이끌면서 모바일 메신저, 검색, 쇼핑, 음원유통, 웹툰, 모빌리티(이동수단) 등 카카오의 복잡한 사업 분야를 재편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