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데 별 수 있나요"…오피스텔·빌라로 밀려나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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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값 전셋값 동반 상승
탈서울 수요에 도미노로 밀려
아파트 세입자들, 외곽이나 빌라로
"내년에 아파트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시세가 두 배는 올랐더라구요. 신혼이라 돈을 모아야 하는데, 이자를 늘리거나 월세를 내긴 부담스러워 예산에 맞춘 빌라나 오피스텔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던 2030세대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빌라 등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내년 중순으로 예정된 전세 만기를 앞두고 최근 시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그가 1억7000만원에 계약했던 전용 52㎡ 아파트가 3억원에 전세거래된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거래가 최근까지 1억9000만원~2억1000만원 내외에서 이뤄졌지만, 같은 평형이 3억5000만원에 거래된 경우도 있었다.
공인중개사무소에 문의하자 "2억원짜리 전세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고 3억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된 물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다음에는 전용 59㎡로 이사할까'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시세를 봤다가 답답해졌다"며 "지금 시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빌라라도 가야하나 싶어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계약 만기까지 여유가 있는 A씨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서울 동작구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던 2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군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에 2억원대 전세로 들어갔다. 크게 오른 시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려 했지만, 집주인이 "그 가격에 전세를 주느니 직접 들어가 살겠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서 새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 경기도 지역을 알아보다 지하철 1·4호선이 있는 군포를 골랐다"면서도 "이 지역도 아파트는 비싸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서 선택해야 했다. 그나마 출퇴근이 용이하고 월세가 아니라는 게 위안"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던 젊은층이 지역 내 다세대주택 등 비(非) 아파트로 밀려나거나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서울을 떠나는 '탈서울' 수요가 늘었고, 그러면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자 기존 수요층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57만4864명이 서울을 떠났고, 올해에도 9월까지 43만4209명이 탈서울 행렬에 가세했다. 특히 서울을 떠난 사람의 46%는 2030세대였다. 리얼투데이는 "젊은 직장인 월급으로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탈서울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포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그런지 외지인들의 전세 문의가 많다"며 "서울까지 1시간 이내에 닿으면서 평촌 등 인근 지역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이 지역 장점이었는데, 가격이 점차 오르고 반전세 전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이 지역 아파트는 모두 1990년대 지어진 1기 신도시 아파트"라며 "낡은 소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젊은 신혼부부가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 시세가 오르니 인근에서 빌라 등의 전세 물건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하거나 아예 외곽으로 나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고지되고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싶다는 집주인들의 연락이 오고 있다. 전세 물건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전세가 아닌 반전세나 월세에서는 종부세 등 보유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금을 올려받지 않고 월세를 추가로 받는 식의 반전세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보유세의 월세전가현상도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