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배달 전성시대 몸값 오른 라이더들 월수익은?

1주일에 200만원 넘었다는 수익인증 게시글 심심찮게 올라와
"업계 평균으론 볼 수 없어"…보험료·유지비 등도 라이더가 부담
코로나 확산과 배달앱 과열 경쟁 속에 이전보다 '귀하신 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배달서비스업이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로 외출이 줄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음식과 각종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집까지 배달받는 사람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배달 기사들의 몸값이 상승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라이더로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백안시하던 배달업이 일약 인기 직종으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배달 라이더들의 실제 수익은 얼마나 될까?
전업 라이더 A씨가 지난 24일 라이더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의 게시판에 올린 수익인증 글에는 한 주 동안 음식 배달로 벌어들인 수익의 상세한 정산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17~23일 7일간 총 510km를 오가며 301건의 배달 주문을 처리한 결과 216만원을 벌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43건을 배달해 30만원의 수익을 올린 셈인데 휴무였던 하루를 뺀 근무일 기준 평균 수익은 36만원이다.

라이더 B씨는 23일 하루 동안 47건을 배달해 37만8천원을 벌었고 한 주간 56시간을 일하고 196만원을 벌었다는 내용을 게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라이더 C씨가 한 주 동안 313건을 배달하고 220만원을 벌었다고 인증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배달앱의 수익 정산 화면을 캡처해 자신들의 수익을 자랑삼아 공개하는 라이더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배달앱 운영업체 D사 관계자는 "수익인증 내용을 조작할 순 없다"며 "일부 고수익자들이겠지만 월 400만~600만원까지 찍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개한 사례들에 비춰 고수익 라이더들의 주간 수익이 200만원 전후라고 보면 단순 산술 계산으로 월 수익은 800만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40~50건의 배달을 소화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라이더들은 업체나 점포의 전속 직원이 아니라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들이어서 오토바이 유지비, 라이더 보험료 등 제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순수익은 드러난 것보다 적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배달앱 업체 E사 관계자는 "배달일을 오랫동안 해서 숙련도가 높고 매일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 사례지 업계 평균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추세로 보면 이런 고수익 라이더들이 아주 드물진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른 배달앱 업체 F사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활동하는 라이더 중에는 성수기에 월 1천만원까지 벌어가는 사람도 있다"며 "웬만큼 일하면 월 500만원 정도는 벌 수 있다는 라이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휴일 없이 고되게 일해야 하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지만 배달업의 이미지는 물론 실제 수익과 처우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라이더들의 몸값이 지금처럼 높아진 건 오래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와 비대면 경제 확산, 배달앱 업체 간의 과열 경쟁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이 2017년 6천470원에서 2018년 7천530원, 2019년 8천350원으로 연이어 두 자릿수로 인상되자, 음식점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종전까지 직원을 직접 고용해서 해오던 음식 배달을 대행업체에 맡기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배달 외주화가 확산하면서 지역별 배달 대행업체들이 등장하고 라이더들도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배달서비스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면 접촉 활동이 급격히 줄고 각종 온라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치킨부터 세탁물, 각종 생필품까지 배달 안 되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주문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7천300억원에서 2020년 17조3천800억원으로 3년 새 6배 이상으로 커졌다.

국내 배달원 수는 2013년 상반기 29만6천명에서 올해 상반기 42만3천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단건배달' 서비스가 2019년 도입되면서 라이더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 명의 라이더가 1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단건배달 방식은 인접 지역 주문 2~5건을 모아 한 명이 처리하던 기존 묶음배달에 비해 배달 속도가 빨라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으나 라이더 수요를 크게 늘렸다.

안정적인 서비스로 고객과 가맹점포를 붙잡으려는 선두 업체들은 라이더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기본 배달비(4천~5천원)에 할증료를 얹어주는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라이더들이 받은 건당 배달비는 평균 6천~7천원대로 인상됐고 경우에 따라선 2만4천원~2만7천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D사 관계자는 "배달비 중 5천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업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주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상 손해"라며 "지금은 라이더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F사 관계자는 "라이더 구하기가 힘든 만큼 배달비 단가가 상승하는 건 시장 논리라 어쩔 수 없다"며 "예전엔 주문을 받아 조리해놓고 라이더 확보가 안 돼 음식을 폐기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배달앱 업체들의 출혈 경쟁 속에 라이더들의 몸값이 4~5배까지 뛰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초기 시장의 선점 경쟁에 따른 것으로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E사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배달 시장이 아직 성숙기로 접어들지 않아 기대가 더 큰 상황"이라며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선점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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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