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대선공약으로 떠오른 '주 4일 근로제'…도입 가능한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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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7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미래에 대한 각오나 허리띠 죄기, ‘더 열심히, 더 노력하자’는 종류의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 4일 근로제’ 공약도 그런 과정에서 나온 선거 담론이다. 가장 강한 목소리로 공약 삼은 것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그는 ‘주 4일제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수적으로 많은 근로자 표를 얻기 위한 인기영합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주 4일 근로제 도입, 가능한 상황인가.
휴일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대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대 경제는 ‘소비경제’ 측면이 강하다. 정부도 경기 살리기 차원에서 툭하면 내수 활성화를 외치지 않나. 음식업, 여행, 공연 등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제 체질도 3차 산업 중심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고용 확대야말로 대부분 현대 국가가 직면한 한결같은 숙제 아닌가. 주 4일 근로는 자연스럽게 고용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근로 희망자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예산을 동원해 창출하는 일자리는 ‘관제(官製) 알바’라는 지적 속에 얼마나 비판받고 있나. 억지로 만드는 일시적 고용이어서 생산성도 없고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그런 것보다는 워라밸 조건이 충족되는 주 4일에 따른 고용 창출이 더 나은 일자리다. 성숙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맞춰 국가 차원에서 조기 도입을 검토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심해지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흐름 속에 근로자 소득만 줄어들 게 뻔하다. 가뜩이나 한국 노동생산성이 아직 높지 않은 판에 일을 적게 하면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득이 감소하면 시간이 많아진들 ‘워라밸’이 어떻게 가능하겠나. 한때 정치권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선거 공약으로 요란하게 내세웠지만, “임금이 줄어들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아우성만 넘쳤다. 야근, 주말·휴일근로, 연장근로로 임금을 보전하려고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일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 주 4일제는 달콤하게 들리지만, 현실적으로 임금 삭감과 기업환경 악화로 이어져 전체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설령 제도화돼 부분적으로 시행된다 해도 근로자 간 격차만 벌어질 것이다. 업종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시행하기 어려운 곳이 아직 많다. 결국 소수의 근로자만 혜택을 보면서 고용·노동시장 양극화만 부채질할 것이다. 공무원·공기업을 필두로 일부 대기업만 ‘꿈의 직장’이 될 것이다.워라밸을 얘기하지만, 줄어든 시간만큼의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업무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무 강도 강화는 고용 정체로 이어진다. 주 4일 근로만으로도 소득 수준을 보장하게 되면 어떤 기업, 어떤 고용주가 추가 고용에 쉽게 나서겠나. 결국 공무원과 공기업 등 노조의 힘이 센 공공부문에서나 제도적 장점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성급하게 추진하면 생산성 저하, 노동시장 이중화 심화 등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악순환을 초래한다.
앞서 시험적으로 주 35시간제를 시행 중인 프랑스에서의 논란과 반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시행 기업에 보조금까지 줬지만, 부정적 효과가 커 ‘실패’였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뒤늦은 결론이다. 공무원 천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한번 법제화되니 되돌리기도 어려워 거꾸로 보완책이 나왔을 정도다. 주 5일 근로조차 어려운 소상공인, 학교와 학생, 관공서 업무 등도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난제다. 제조업 등 생산라인을 계속 돌려야 하는 산업도 많다. 이 바람에 영국 노동당은 2019년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선거에서 참패하기도 했다. 개별 회사에서의 선택은 자유지만, 국가 차원의 시행이나 법을 통한 강제 도입은 깊이 재볼 게 많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 일과 삶의 균형이 최고의 복지…소비 늘고 일자리 나누기도 기대
주 4일제는 언젠가는 달성하고 정착시켜야 할 목표다. 근로자의 노동 복지 가운데 최고의 복지다. 교통지원비, 야근수당 이런 게 다 필요없다. 주 4일 근로만으로 최근 정착되고 있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 돈을 버는 생업과 여가·휴식을 보장받는 개인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게 행복이다. 그런 게 가능할 때 선진사회, 선진국이다.일을 적게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니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에 집중하게 되면서 업무 효율은 오히려 올라갈 것이다. 충분한 휴식이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선진국들을 보면서 보완할 게 있으면 하면 된다. 프랑스에 이어 미국에서도 주 4일 근로제 논의가 일고 있고, 영국에선 기업에 따라 시행을 결정한 곳도 없지 않다.휴일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대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대 경제는 ‘소비경제’ 측면이 강하다. 정부도 경기 살리기 차원에서 툭하면 내수 활성화를 외치지 않나. 음식업, 여행, 공연 등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제 체질도 3차 산업 중심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고용 확대야말로 대부분 현대 국가가 직면한 한결같은 숙제 아닌가. 주 4일 근로는 자연스럽게 고용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근로 희망자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예산을 동원해 창출하는 일자리는 ‘관제(官製) 알바’라는 지적 속에 얼마나 비판받고 있나. 억지로 만드는 일시적 고용이어서 생산성도 없고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그런 것보다는 워라밸 조건이 충족되는 주 4일에 따른 고용 창출이 더 나은 일자리다. 성숙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맞춰 국가 차원에서 조기 도입을 검토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 생산성 낮아지고 근로자 소득 줄어…'일자리 양극화' 초래할 것
주 52시간제 도입 때도 얼마나 많은 논쟁과 논란이 빚어졌나.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한참 멀었는데, 주 4일 근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한마디로 이상에 치우친 주장으로, 시기상조다.무엇보다 심해지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흐름 속에 근로자 소득만 줄어들 게 뻔하다. 가뜩이나 한국 노동생산성이 아직 높지 않은 판에 일을 적게 하면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득이 감소하면 시간이 많아진들 ‘워라밸’이 어떻게 가능하겠나. 한때 정치권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선거 공약으로 요란하게 내세웠지만, “임금이 줄어들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아우성만 넘쳤다. 야근, 주말·휴일근로, 연장근로로 임금을 보전하려고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일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 주 4일제는 달콤하게 들리지만, 현실적으로 임금 삭감과 기업환경 악화로 이어져 전체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설령 제도화돼 부분적으로 시행된다 해도 근로자 간 격차만 벌어질 것이다. 업종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시행하기 어려운 곳이 아직 많다. 결국 소수의 근로자만 혜택을 보면서 고용·노동시장 양극화만 부채질할 것이다. 공무원·공기업을 필두로 일부 대기업만 ‘꿈의 직장’이 될 것이다.워라밸을 얘기하지만, 줄어든 시간만큼의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업무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무 강도 강화는 고용 정체로 이어진다. 주 4일 근로만으로도 소득 수준을 보장하게 되면 어떤 기업, 어떤 고용주가 추가 고용에 쉽게 나서겠나. 결국 공무원과 공기업 등 노조의 힘이 센 공공부문에서나 제도적 장점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성급하게 추진하면 생산성 저하, 노동시장 이중화 심화 등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악순환을 초래한다.
√ 생각하기 - '주 35시간제' 프랑스의 후회…공무원·소상공인 근무조건 변경 쉽지않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미국 등에서도 주 4일 근로제 논의에 탄력이 붙은 게 사실이다. 무조건 도입도, 무작정 반대도 능사는 아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다소 우세하다. 최근 한 조사를 보면 찬성 51%, 반대 41%였다. 취업 근로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도 반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앞서 시험적으로 주 35시간제를 시행 중인 프랑스에서의 논란과 반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시행 기업에 보조금까지 줬지만, 부정적 효과가 커 ‘실패’였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뒤늦은 결론이다. 공무원 천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한번 법제화되니 되돌리기도 어려워 거꾸로 보완책이 나왔을 정도다. 주 5일 근로조차 어려운 소상공인, 학교와 학생, 관공서 업무 등도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난제다. 제조업 등 생산라인을 계속 돌려야 하는 산업도 많다. 이 바람에 영국 노동당은 2019년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선거에서 참패하기도 했다. 개별 회사에서의 선택은 자유지만, 국가 차원의 시행이나 법을 통한 강제 도입은 깊이 재볼 게 많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