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탄생 200년…솔뫼·나바위성당 '북적' [고두현의 문화살롱]
입력
수정
지면A22
4代 11명 순교 '가톨릭 가문'
금강 굽이치는 전북 익산 화산리
사제서품 후 첫발 디딘 '나바위'
당진 소나무숲 우거진 '솔뫼성지'
신학생 발탁된 용인 '골배마실'
희년 맞아 전국서 성지순례 행렬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
고두현 논설위원
이곳은 4대에 걸쳐 11명이 순교한 김대건 가문의 ‘신앙의 못자리’다. ‘한국의 베들레헴’으로도 불린다. 그가 태어났을 때 증조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순교한 뒤였다. 18세 때는 아버지가 순교했다. 그 또한 26세로 뒤를 이었다.
그가 일곱 살 나던 해에는 온 집안이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 골배마실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소년기를 보낸 그는 15세 때 프랑스인 신부 피에르 모방의 눈에 들어 신학생으로 발탁됐다. 골배마실에서 3㎞ 떨어진 은이(隱里·숨어 사는 마을) 공소에서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해 동갑내기인 최양업과 한 살 위인 최방제도 신학생으로 뽑혔다. 세 소년은 곧 파리외방전교회가 중국 마카오에 세운 조선신학교에서 신학과 라틴어, 프랑스어, 철학 등 서양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약 1년간 조선교구 부교구장으로 전교하다 관헌에게 붙잡혀 1846년 9월 16일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그로부터 36년 뒤인 1882년 나바위에 공소가 설립되고 1907년에는 나바위성당이 건립됐다. 명동성당 설계자인 푸아넬 신부의 설계로 처음엔 한옥으로 지었다가 흙벽을 벽돌로 바꾸고, 성당 입구에 고딕식 벽돌로 종탑을 세웠다. ‘한옥’과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룬 성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곳을 비롯해 그의 성지와 유산을 찾는 도보순례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질곡의 시대를 신앙의 힘으로 넘은 순교 성인의 ‘짧고 긴 생애’가 그 길에 펼쳐져 있다. 늦가을 노을빛이 하늘 저편 미리내까지 붉게 채색하는 듯하다.
■ 일대기·순교 다룬 영화 '탄생' 내년 개봉
윤시윤·이호원·안성기 등 출연
김 신부는 유네스코에 의해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와 함께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리는 ‘희년(禧年) 행사’를 지난해부터 펼쳤다. 27일에는 전국 교구에서 폐막 미사가 열린다. 가톨릭에서 희년은 구약성경 시대부터 유래된 전통으로 교회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50주년이나 100주년 단위로 기념한다. 김 신부 희년을 앞두고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성지순례와 캠페인 등이 이어졌다. 그의 200회 생일인 8월 21일에는 고향의 솔뫼성지를 비롯한 유적 성지들에서 일제히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 ‘탄생’(박흥식 감독)도 제작된다. 이 영화는 청년 김대건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로 거듭나고 안타깝게 순교하는 과정을 그린다. 배우 윤시윤이 김대건 역을 맡고, 그의 조력자인 최양업을 이호원이 연기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안성기도 출연한다. 제작진은 지난 11일 제작발표회를 연 데 이어 이달 말부터 촬영에 들어가 내년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시인협회는 당진문화재단과 함께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 《내 안에 너 있으리라》(시인생각 펴냄)를 발간했다. 김남조, 허영자, 이근배, 김종해, 오세영, 유안진, 신달자, 문정희, 나태주, 유자효, 정호승 등 원로·중견 시인 72명이 시를 헌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