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3박4일 호남행…"전두환 후예들이 권력 탐해"

'텃밭' 지지율 올리기 행보

DJ '정치적 고향' 목포 찾아
5·18 언급하며 표심 끌어모아
흑발로 변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전남 목포 동부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3박4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군부정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옛 민정당계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을 적극 공략해 자신을 향한 전략 투표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6일 목포 동부시장을 시작으로 3박4일간 광주·전남 순회에 나섰다. 앞서 대전·충남·충북, 부산·울산·경남 방문이 2박3일이었던 것과 달리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는 일정을 늘려 잡았다. 이날 목포·신안·해남을 방문한 이 후보는 27일 장흥·강진·광양·순천·여수, 28일 광주·나주, 29일 영광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이 후보는 이날 일정 중 여러 차례 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목포 동부시장에서는 “어제(지난 25일)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 중 한 분인 이광영 씨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민을 살상하고 호의호식한 전두환 씨는 천수를 누리고 저세상으로 떠났는데 평생을 고통과 억울함 속에 살았던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끝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저에게 온갖 음해를 다 하면서 권력을 가져보겠다는 집단이 있다”며 “그 집단이 사실 전두환의 후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수혈전에 미쳐 있는 세력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 시대로 되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가 호남 내 지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자대결 구도로 펼쳐진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호남지역에서 70~90%대 득표율을 얻었던 것과 달리 이 후보는 이달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대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선대위 내에서 전략을 맡은 한 민주당 의원은 “대대로 호남 지역은 후보들의 면모를 살펴본 뒤 승리할 후보를 결정하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내는 ‘전략투표’ 성향을 보여왔다”며 “아직 이 후보가 충분히 호남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결국 이 후보가 전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도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과거를 공유하는 호남인의 표심을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호남의 희생과 헌신 덕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뿌리내렸다”며 “앞으로도 호남은 이 역사가 뒤로 후퇴하지 않도록 책임져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역경선 당시 전남에서 이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강훈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참여를 묻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출연할지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가 29일 영광 일정에 합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자 이 전 대표 측은 입장을 내고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으며, 실무선에서도 일절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목포=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