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나 의원 “한국·EU 스타트업 협업 어때요?” [데이비드 김의 이머징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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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이자 인터뷰 고수로도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유럽의회(EU의회)는 유럽연합(EU) 27개국 유권자 5억 명을 대표하는 의회다. EU의 입법부에 해당한다. 1952년 ECSC(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총회 형식으로 처음 설치됐다. 이후 파리 조약과 로마 조약에 의해 1962년 정식으로 창설됐다. 원래 각 회원국의 국회의원이 파견되는 형식을 취했으나 1979년부터 직선제 체제로 바뀌었다.
수산나 솔리즈 페레즈(Susana SOLÍS PÉREZ)는 유럽의회 의원이자 제 9대 유럽 한반도관계대표단 부단장을 맡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보쉬, 스페인의 렉셀과 존슨앤존슨 지사 등에서 근무한 그녀는 2015년 마드리드 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2019년부터 유럽의회 의원을 맡고 있다. 나는 산업공학을 공부했고 대부분의 경력을 민간에서 보냈다. 정치 세계에서 변호사나 경제학자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엔지니어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학문적, 전문적인 배경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엔지니어적' 관점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정치 세계에도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2015년 마드리드 의회의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유럽 대륙 차원에서 스페인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국내(스페인) 유권자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스페인으로 돌아가 산업계, 시민사회계, 학계 대표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EU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당신이 이 질문을 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EU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EU는 세 개의 핵심 정치 기관을 가지고 있다: 집행위원회(the Commission), 유럽의회(the European Parliament), 그리고 이사회(the Council)다.집행위원회는 EU의 행정부다. 각 회원국에서 한 명씩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위원회의 의장은 우르술라 폰 데르 레이엔이다.
내가 속한 유럽의회는 입법부다. 705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데, 우리는 이를 MEP라고 부른다. 우리는 여느 국회처럼 EU 시민들을 대표한다. 한국의 국회의원과 같다.
이사회는 27개 회원국의 각 한 명의 국가 장관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하나의 회원국이 주재하며, 의장국은 매 6개월마다 바뀐다. 현재 의장국은 슬로베니아다. 내년 1월부터 6월까지는 프랑스가 의장국을 맡는다."
당신은 한반도관계대표단에 속해 있다. 이 집단의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 대표단은 EU가 남북한과 접촉하는 지점이다. 남한과 북한 의회간 교류를 담당한다. 따라서 대표단은 유럽연합과 한반도의 외교 관계를 형성하는 일종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우리는 북한과의 개방적인 소통 채널을 가진 세계 유일의 의회다. 우리는 브뤼셀에 있는 한국대사관과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대표단 차원에서 알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한반도관계대표단은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내가 추진 중인 첫 번째 목표는 의회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장려하는 결의안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다. 하지만 나는 남북한간의 안정을 증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당사자들간의 종전선언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목표는 EU와 한국간의 '기술혁신 보고서'를 알리는 것이다. 최근 이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두 나라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 협력 분야 등을 살펴봤다. 한국은 의심의 여지없이 기술 혁신을 가장 빠르게 이뤄내는 나라다.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기술혁신 전략을 분석한 결과, EU가 이 분야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하나 떠올리자면 스타트업 간 협업 강화를 위해 서울에 EU-한국 공동 창업센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당신은 의회 내 지역발전위원회(REGI)와 인공지능 특별위원회(AIDA)에도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안다.
"REGI의 목표는 EU의 모든 지역들을 같은 속도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27개 나라가 모여 있는 연합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REGI에서는 EU에서 만든 일종의 결속기금과 구조기금을 운용하고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는 이런 기금을 활용해 학교와 공항 등을 건설하면서 다른 EU 회원국과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 이제 이 기금은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중소기업 지원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스페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유럽 등 다른 낙후지역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AIDA의 경우 인공지능(AI)을 통제하고 EU를 이 분야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온 위원회다. AI와 관련된 마땅한 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세상에 한꺼번에 문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AI 면접 등을 통해 입사자를 채용하는 회사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AI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은 종종 강한 편향을 갖고 있다. 많은 경우 소수 민족과 여성을 차별한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확실하게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
EU의 금융 시스템(펀드 등)은 중소기업과 다른 기관들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EU에는 중소기업의 혁신을 돕기 위해 설계된 수많은 기금이 있다.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을 강조하고 싶다. 호라이즌은 1000억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이며 EU의 주요 과학 연구 이니셔티브다. 기후 변화, 암, 모빌리티, 에너지, 식량 안보와 같은 가장 시급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1000곳 이상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유럽 펀드에 접근하기를 원하는데, 95%가 정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수의 중소기업만이 자금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혁신 잠재력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다. 나는 한국의 혁신 생태계를 항상 우러러 봐왔다. 스페인과 한국은 인구와 역사 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다. 비슷한 두 나라가 다른 길을 걸어온 부분에 주목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문화 콘텐츠와 관련해 협업할 기회가 있다고 보는가.
"사실 최근 오징어게임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푹 빠졌다. 지금 세계는 단지 한국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한류' 전반에 모두 매료돼 있다.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작은 나라가 어떻게 문화를 글로벌 수출로 전환해 세계 강국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져왔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나는 한국 음식과 화장품도 좋아한다. 내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 김치부터 치킨, 삼겹살에 열광하고 있다. 화장품도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즐겨 쓴다. 우리 아이들은 BTS의 열성 팬인데, 지난해 팬데믹으로 집에 갇혀 있을 때 '다이너마이트'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셀 수가 없다. 물론 정책적으로도 EU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EU-대한민국 무역협정 체결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합의를 통해 EU와 한국 간 교역은 지난 10년 간 50% 이상 늘어났다. EU와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보다 두 배 빠른 속도다. 협정 덕분에 투자 측면에서도 한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영화나 음악과 같은 문화 콘텐츠 산업도 포함돼 있지만, 그 너머에 있는 협업 기회도 방대하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