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업만 샀죠"…'수익률 52%' 펀드매니저의 필승투자법 [심성미의 투자의 킥]

김태홍 그로쓰힐 대표가 말하는 필승투자법
나름대로 보고서나 경제 기사를 읽고, 기업 재무제표도 들여다봅니다. 확신을 갖고 매수했는데 사면 내리고 팔면 올라갑니다. 장기 투자, 분산 투자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투자하려 하지만, 테마주로 수십% 수익을 낸 지인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얘기입니다.

주식 시장에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꾸준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돈을 불릴까요? '투자의 킥' 코너에서는 그들을 찾아가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반드시 적용하는 규칙을 묻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조차 정답이 될 순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나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 코스피 지수 수익률은 -0.27%다. 주식 투자를 했다면 오히려 돈을 잃었을 확률이 더 높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로쓰힐자산운용의 절대수익형 펀드 '다윈 멀티스트래티지 1호'는 연초 이후 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일임계좌의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34%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프랭클린클린템플턴투신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등을 거쳐 2012년 그로쓰힐자산운용을 설립한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저평가된 성장주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 그는 "전방 산업의 업황이 살아나면서 생산능력을 증설하는 기업을 골라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반드시 지키는 본인만의 원칙을 알려달라.

"제일 중요한 건 기업 이익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기업을 고르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고르는 건 쉬울 것 같기도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해놓은 숫자는 널려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확실한지, 애널리스트의 전망치보다 초과이익이 나올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맡고 있는 종목을 좋게 보는 편향을 갖고 있다. 확신을 가질만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특정 기업의 이익이 확실하게 증가할거라는 확신은 어디서 얻나.

"첫 번째로 주목할 건 전방 산업의 업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눈에 띈 업종이 2차전지다. 전세계 전기차 보급률이 4% 밖에 안된다. 10년 안에 30%선까지 올려야 한다. 정부 지원금도 막대하게 나온다. 관련 기업의 이익은 극대화될 수 밖에 없다."

▶전방 산업이 좋은 기업은 많다.

"항상 확인하는 건 기업의 증설 여부다. 증설을 발표하는 기업은 투자 1순위다. 흔히 '호재가 발표되기 전에 사야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설이 발표된 뒤에 사도 늦지 않다. 수주가 적당히 늘어난 수준이라면 기업은 절대 증설할 결심을 하지 않는다. 가격을 올리는 수준에서 그친다. 기업 입장에서 증설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구조적으로,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만 증설한다. 증설 여부는 기업 제품의 수요가 수년간 늘어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증설하는 기업의 주가는 늘 오르나.

"효성티앤씨 주가를 보자. 스판덱스 1위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효성티앤씨의 증설 뉴스가 처음 나왔다. 기존 생산량이 연 22만t 수준이었는데 2년간 14만t을 추가 증설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요가나 필라테스, 등산, 골프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능성 소재 섬유 수요가 폭발한 거다. 증설이 발표된 뒤 지난 7월까지 주가는 5배 올랐다."

▶이후 다시 급락하는 이유는.

"경쟁사가 증설에 참여했다. 2위 중국 후아퐁이 12만t, 3위 산동루이가 7만t 증설에 나서며 경쟁이 시작되면서 스판덱스 가격이 하락했다."

▶증설하는 기업에 일찌감치 투자해 가장 큰 투자 수익을 얻은 종목은 무엇인가.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다. 이제 '2차전지 국민주'가 됐지만 일찌감치 찍어둔 기업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증설 계획은 지난해 5만t에서 올해 6만t , 내년엔 9만t, 2025년엔 32만4000t으로 늘어난다. 2020~2025년 연평균 증설 증가율이 45%다. 엘앤에프 역시 같은 기간 연평균 증설 증가율이 50%에 달한다. 두 회사 증설 계획을 합산한 증설 증가율은 올해 37.5%에서 내년은 63.6%, 2023년엔 68.9%다. 이에 맞춰 매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10배가 넘는수익률을 올렸다. 두 기업처럼 2년 간 매출이 두 배씩 오르는 기업은 1000개 중 1~2개 뿐이다."
<주요 양극재 업체 증설 계획> (단위: t, %)
기업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2025년 연평균
증가율
에코프로비엠 5만 6만 9만 17만4000 21만6000 32만4000 45%
엘앤에프 3만 5만 9만 13만 17만 23만 50%
합계 8만 11만 18만 30만4000 38만6000 55만4000 47%
전년 대비
증가율
37.5% 63.6% 68.9% 27.0% 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