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이름은 361만 관객"…'청룡' 휩쓴 '모가디슈' [종합]

제42회 청룡영화상 '모가디슈' 5관왕
'자산어보' 설경구·'세자매' 문소리 남녀주연상
'모가디슈' 구교환, 조인성, 김윤석, 허준호 /사진=최혁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도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억나는 이름은 바로 361만 관객입니다."

영화 '모가디슈'의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최우수작품상 외에도 감독상(류승완), 최다 관객상, 남우조연상(허준호) 등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강 대표는 26일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한국 영화는 한국 관객이 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깨어서 열심히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대표의 뒤에는 '모가디슈'의 주인공인 김윤석, 조인성, 구교환, 허준호와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이 서 있다가 함께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남우주연상은 '자산어보'의 설경구에게 돌아갔다. '박하사탕', '공공의 적' 이후 세 번째 수상이다. 그는 "'자산어보'로 배우상을 주신다면 변요한에게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촬영장을 힐링의 현장으로 만들어준 이준익 감독에게 감사하다. 촬영장이 신안 앞바다에서도 1시간 넘게 배 타고 가야 하는데 2~3시간 찍겠다고 12~13시간 되는 거리를 왔다 갔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보물 같은 영화를 만드는데 큰 힘을 보탰다. '자산어보'는 예산이 상당히 작은 영화였다. 배우들 덕에 큰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의 동지 송윤아와 팬들에게 감사하다. '자산어보' 대사처럼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하지 않는 자산 같은 배우가 되겠다"고 밝혔다.

여우주연상의 영광은 '세자매'의 문소리에게 돌아갔다. 그는 "자매님들 덕분"이라며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인사했다. 문소리는 "'세 자매'라는 영화에 같이 출연한 저와 김선영, 장윤주에게 딸이 있다. 그 딸들이 혐오의 시대를 넘어 당당하고 환하게 웃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영화다.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마음이 전해졌으면 했는데 코로나 시국에 개봉을 해서 아쉽게 많이 전해지진 못한 것 같다. 아쉽게도. 이 자리를 빌려 더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그는 윤여정과 축하무대를 선보인 홀리뱅을 언급하며 "멋진 언니들이 있어서 우리 딸들의 미래가 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뒷바라지해주시던 엄마 이향란 씨가 70에 배우에 도전을 하셔서 단편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되셨다. 오늘도 연습실에서 대본 연습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가 아프신데도 어머니는 촬영 간다고 한다. 저는 응원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버지가 행복하다. 이향란 배우의 순조로운 촬영을 기원하겠다. 엄마의 열정이 언제나 큰 가르침이다. 감사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문소리, 설경구 /사진=최혁 기자
마지막으로 "류승완 감독 말씀이 기억이 남는다. 저희 집에 있는 장모 감독님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린다고 매번 힘들어하며 감독으로 재능이 없다고 늘 우울해한다. 창작의 고통에 빠진 모습이 예전엔 멋있었는데 나이 드니까 짠하다. 장준환 씨 머릿속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는 확신한다. 기운 내셨으면 좋겠다. 저는 더 멋진 여자들 얘기 나오는 영화로 찾아뵙겠다"며 트로피를 들어 보였다. 감독상은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이 탔다. 정우성, 이정재로부터 호명된 류 감독은 "화면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하는 분들 지금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며 "굳이 시상을 이 분들하고 이렇게 붙이면 그 어떤 영화감독도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진심 어린(?) 농담을 던졌다.

류 감독은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 없는 일이 있다. 영화를 만드는 건 후자다. 그중 이 영화는 특별히 더 그랬다. 수많은 배우들 4개월간 험난한 과정을 같이 했기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들며 좋을 때 안 좋을 때 있었는데 묵묵히 버티니 이 자리에 온 것 같다. 어둠 속에서 고생하는 영화인들 조금만 더 버티자. 버티면 좋은 날 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거리두기 4단계에 개봉하는 것에 대해 정말 고민 많았다. 개봉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해주시고 만든 사람의 손길이 담긴 온전히 감상해준 관객에게 정말 감사하다. 제 영화를 지지해주는 관객들이 제 동지다. 어디선가 함께 하고 있는 영화 동지와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우조연상은 김선영이, 남우조연상은 허준호가 수상했다. 김선영은 "여러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제가 여우조연상을 많이 받았다. 소리 언니 너무 감사하다. 문소리 없었으면 영화 들어갈 수 없었다"고 인사했다.

그는 "너무 작은 저희 영화가 극본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5개 올랐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여기 계신 많은 선후배 모든 배우들 제가 연기하는데 다 교과서다. 다 훔쳐보고 있다. 좋은 영화에 더 출연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허준호는 "제가 좀 살았다. 살다 보니 행복한 순간이 소중해진다. 작품하며 행복한 순간이 간혹 있긴 했는데 그런 작품을 만났다. 류승완이란 사람 믿음 하나로 달려 나갔다. 배우들부터 막내 소품 녀석까지 모두 행복하게 촬영했다. 그 위험한 작품을 한 명도 안 다치고, 꿈에 그리던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 영화 많이 발전했다고 이야기만 들었지만, 공백기가 있어 경험을 이번에 벅차게 했다. 행복한 작품이 기록이 아닌 기억으로 남을 수 있어 감사드린다. 하루만 즐기겠다. 더 이상 즐기지 않고, 여러분에게 좋은 연기 보이고 다시는 사고 안치는 배우 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올 한 해 스크린에서 관객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청정원 인기스타상은 구교환, 송중기, 전여빈, 임윤아가 수상했다.

구교환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조인성을 비롯한 '모가디슈' 팀과 하이파이브를 해 화제가 됐다. 그는 "'모가디슈' 팀에게 인기 많은 줄 알고 있었는데 밖에서도 인기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화이팅"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임윤아는 "청룡영화상에 참석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인기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영화 '기적'을 응원해주고 저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구교환, 임윤아, 전여빈, 송중기 /사진=최혁 기자
전여빈은 "생각지도 못한 상이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 배우님과 있어서 영광스럽다.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뜬금없지만 문소리 선배님 사랑한다"며 객석에 앉은 문소리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송중기는 "사실 너무 어색하다. '승리호'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더 사랑을 받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영화 개봉을 많이 못해서 아쉬웠는데 큰 상을 받으니 용기 내라고 주시는 상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신인상은 '낫아웃' 정재광,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재광은 "너무 긴장되고 떨린다. 이렇게 유명하지 않은 저에게 상을 주신 이유는 열정을 잃지 말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임에도 열정 하나로 달려온 감독님 등 스태프들의 열정에 용기를 주고자 대표해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열정이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저 또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열정이 무의미하고 부질없이 느껴졌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일은 예기치 않을 때 찾아오기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MC 김혜수는 정재광에게 "청룡은 잘하는 배우에게 준다"며 "열정 끝까지 지켜달라"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공승연은 "어제 수상소감을 준비하는데 동생(정연)이 비웃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준비할 걸 그랬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여기 계신 분들의 영화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연기를 시작하며 이 자리에 오게 될 날을 꿈꿨다. 자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이렇게 귀한 상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공승연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스태프,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작고 소중한 영화인데 열정과 사랑으로 찍었다. 함께한 모든 분들 사랑하는 영화 만들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시상식을 보는 게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슬펐는데, 지금 이렇게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으니 너무 좋다. 자주 떨어져 있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승연, 정재광 /사진=최혁 기자
신인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된 박지완 감독은 "김혜수 선배 계셔서 더 떨린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영화를 찍게 된 건 인생에서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 너무 좋은 일인 동시에 감독으로서 한계를 마주 봐야 하는 일이어서 개봉 1년이 지났는데 언제 편하게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얼마 전까지도 했다"고 했다.

이어 "크레딧을 보며 감사했던 사람들 이름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엄살을 많이 떨어서 정신 차리라고 이 상 주신 것 같다. 영화 만들어주신 모든 배우, 스태프들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깜짝 놀랐다. 박 감독도 전혀 예상하지 않은 것 같다. 준비가 안 된 소감이었지만 함께 여성으로 연대의식을 느끼며 작업을 했던 시간이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그룹 포레스텔라, 오마이걸, 홀리뱅 등이 축하 무대를 선보였다. 2부 오프닝에는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수상자 윤여정이 무대에 올라 동료들과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제42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모가디슈'
▲감독상=류승완('모가디슈')
▲남우주연상=설경구('자산어보')
▲여우주연상=문소리('세자매')
▲남우조연상=허준호('모가디슈')
▲여우조연상=김선영('세자매')
▲신인남우상=정재광('낫아웃')
▲신인여우상=공승연('혼자 사는 사람들')
▲신인감독상=박지완('내가 죽던 날')
▲최다관객상='모가디슈'
▲각본상=김세겸('자산어보')
▲음악상=방준석('자산어보')
▲미술상=김보묵('모가디슈')
▲편집상=김정훈('자산어보')
▲기술상=VFX 정철민, 정성진 ('승리호')
▲촬영조명상=이의태, 유혁준('자산어보')
▲청정원 단편영화상='오토바이와 햄버거'
▲청정원 인기스타상=구교환, 송중기, 전여빈, 윤아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