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 회사'로만 알았는데 반전…'엔터주 신성' RBW의 자신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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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더블유(RBW) 김진우 대표 인터뷰시작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음악 및 영상 제작을 수주받아 클라이언트의 구미에 맞는 IP(지식 재산권)를 만들어내는 대행사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회사가 보유한 저작권 IP는 어느덧 2500개로 불어났고, 여기에 굵직한 K팝 아티스트까지 탄생시키며 당당히 종합콘텐츠사라는 간판을 달게 됐다. 지난 22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엔터주 신성' 알비더블유(361570)(RBW)의 이야기다.
RBW, 지난 22일 코스닥 데뷔
"8년 간 적자 없이 성장, 시총 1조 목표"
"연 200곡 IP 생성→300곡으로 늘릴 것"
"레이블 공격적으로 인수, 3~4곳 검토 중"
"SM·JYP·YG와 다른 점? 해외 아티스트 OEM"
최근 서울 모처에서 한경닷컴과 만난 김진우 RBW 대표는 "감회가 새롭다. 계속해 좋은 신호들이 있어 내년에는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라며 웃었다.2010년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약 11년 만에 증시 입성의 꿈을 이룬 데에는 비즈니스에 앞장 서 추진력 있게 회사를 이끌어 온 김진우 대표의 사업 수완과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온 김도훈 대표 뚝심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김진우 대표는 2015년 WA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RBW로 바꾸며 제작사로서의 역할에 본격적으로 가속을 붙였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아티스트 제작 OEM도 진행하면서 그해 70억 규모의 첫 투자 유치에 성공, 이를 토대로 마마무가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 유치로 원어스·원위·퍼플키스 등의 신인 그룹을 잇따라 론칭할 수 있었다.
김도훈 대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저작권 순위 1위에 달하는 이른바 '저작권 부자'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그의 저작물만 670곡에 달한다. S.E.S., 거미, 휘성, 이승기, 이효리, 씨야부터 다비치, 아이유,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K팝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있는 유명 프로듀서다.김진우 대표는 "처음부터 우리의 아티스트가 있진 않았다. 계속 대행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현재는 마마무, 오마이걸 등 총 8팀의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제작한 음원 IP만 2500여 곡 이상이다. 영상도 1000여 편 이상을 가지고 있다. IP가 많다는 점이 회사의 밑바탕을 탄탄하게 다져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RBW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72억 원, 영업이익은 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7%, 48%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김 대표는 "아티스트 기반의 업사이드 포텐셜(주가 상승 잠재력)과 IP를 토대로 한 안정적인 매출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해놓은 게 8년 간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며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목표는 "시가총액 1조 달성"이라고 했다.
◆ '마마무 회사'? RBW의 핵심은 저작권 IP
'마마무 회사'로만 RBW를 알고 있다면 오산이다. 회사는 연 평균 200곡씩 자체 제작 IP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도훈 대표를 필두로 16명의 실력파 프로듀서진이 속해 있다. 미등기 이사인 이상호, 황성진 프로듀서만 봐도 각각 257곡, 261곡의 저작권을 보유 중이다.소속 아티스트는 물론 MC몽, 시크릿, B.A.P, 케이윌, 포맨, 휘성, 스탠딩 에그 등 외부 아티스트의 IP도 생성해 가지고 있다. 저작권 IP 사업은 RBW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 엔터주의 약점으로 꼽히는 '아티스트 의존도'를 낮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저작권 IP는 만들 때와 사 올 때 돈이 들지만 그 뒤로는 돈이 들지 않아요. 발매 이후로 70년 동안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고 그게 계속 누적되는 거죠. IP 매출의 미래가 밝아요. OTT가 많이 생기면서 음악을 판매할 곳이 많아졌거든요. 음원 저작권 IP의 가격은 상승력이 충분합니다."
올해 RBW의 저작권 관련 매출은 15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는 연 200여 곡에 달하는 음원 IP 생산량을 300곡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 WM은 시작일 뿐…"엔터 3~4곳 인수 검토 중"
업사이드 포텐셜을 극대화할 동력은 아티스트다. IPO(기업공개) 전 B1A4, 오마이걸, 온앤오프 등이 속한 W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아티스트 라인업을 보강한 RBW는 향후에도 레이블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김 대표는 "50억 이하의 매출을 내고 있는 레이블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거나 인수할 것"이라며 "현재 3, 4개 회사를 검토 중에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인수해 아티스트 라인업을 확충, 회사의 규모와 안정성을 동시에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M&A 기준에 대해서는 "무조건 우리가 할 일이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우리의 제작 시스템을 통해 조금 더 빠르게 우상향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소속 아티스트 원어스의 성장세를 강조했다. 원어스는 데뷔 1044일 만인 지난 17일 처음으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새 앨범의 초동 판매량은 17만 장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100억 이상의 매출을 내면 메이저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다. 오마이걸, 마마무에 이어 내년에 원어스가 메이저 아티스트가 될 것 같다"며 "여기에 온앤오프, 퍼플키스가 50억 이상의 실적을 내준다면 아티스트 라인업 때문에 공격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원어스 월드투어가 잡혀 있는데 이걸 기점으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매출에도 큰 업사이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걸도 내년에 바로 컴백한다"고 덧붙였다.
◆ "SM·YG·JYP와 다른 점? 해외 아티스트 OEM"
글로벌 아티스트 IP 확보에도 열을 올릴 계획이라고. 바로 RBW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해외 아티스트 제작 OEM을 통해서다. K팝 제작 과정을 교육 시스템화 시켜 수출하는 건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이다.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현지에서 가수를 발굴·육성하고 그들의 데뷔를 도와주는 일을 대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해당 방식으로 그간 베트남·인도네시아·일본·중국 등에서 아티스트들을 데뷔시켰다.김 대표는 "SM, YG, JYP랑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면 제일 처음 하는 말이 '한국에서 해외 아티스트 OEM에 가장 많이 참여한 회사'라고 말한다"며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해외 아티스트 OEM에 박차를 가해 공격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상 국가는 미국·일본·중국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 아티스트인데 그들의 IP는 한국 회사가 갖게 되는 거다. 할리우드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참여해 IP를 소유하겠다는 건데, 이미 텐센트와 함께 중국 아티스트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도 진행하는 게 목표다"고 강조했다.
◆ IP 강점 토대로…신사업은 'NFT'와 '콘텐츠 마케팅 솔루션'
"IP를 갖고 있는 사람이 힘을 갖는 세상이 올 거라 생각해요."RBW가 나아갈 길은 이 말 한마디로 모두 설명이 가능했다.
김 대표가 밝힌 신사업은 NFT(대체불가능한토큰)와 콘텐츠 마케팅 솔루션이었다. 방대한 IP를 지닌 RBW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김 대표는 "플랫폼이 많아질수록 가장 필요한 게 IP"라며 "K팝 역사에서 크게 성공한 가수와 음악의 IP를 가진 회사들 없이는 플랫폼이 빛날 수 없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먼저 NFT는 기존에 없던 '디지털 굿즈'라는 새 수익 모델이 생기는 거다. NFT의 핵심은 소장 가치다. 팬들이 갖고 싶은 건 응원하는 스타의 콘텐츠일 테지만, 디지털 굿즈는 결국 팬들만을 위한 게 아닌 전체 대중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것"이라며 "IP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새로운 수익 모델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K팝 히스토리와 관련한 IP는 어떤 걸로도 대체할 수가 없다"라고 자신했다.
IP를 활용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으로는 "저작권 이용 촉진에 관련된 신규 엔진을 만드는 개발에 착수해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에 대해 김 대표는 "콘텐츠 마케팅 솔루션"이라며 "우리가 갖고 있는 IP가 더 많이 소비될 수 있게끔 권유하는 팀을 구성해 노하우를 축적하며 신사업 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