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무능·무식·무당" "李, 무법·무정·무치"…거세지는 '네거티브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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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후보 때리기 격화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여야 일각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선거에서 후보와 가족, 측근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난무하거나 ‘막말 공방’이 불거지면서 선거가 혼탁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첫 발언
"李, 살인을 데이트 폭력이라 해"
민주당은 尹 선대위 구성 저격
"자녀 채용비리 있는 사람 앉히나"
김성태 前 의원, 논란 일자 사퇴
이재명-윤석열 ‘3無’ 공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7일 전남 장흥 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무능·무식·무당의 3무(無)”라며 “3무는 죄악”이라고 저격했다. 그러면서 “국가 책임자가 국정을 모르는 것은 범죄”라며 “몇 달 공부해서 드러난 실력이 정말로 문제가 있으면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윤 후보 측도 지지 않고 “이 후보야말로 ‘무법·무정·무치’의 3무 후보”라고 맞받았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가 사과 퍼레이드를 끝내고 공격 퍼레이드 시즌을 시작한 모양”이라며 “3무의 원조는 진작부터 이 후보였다”고 했다. 김병민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이 후보를 겨냥해 “비겁·비속·비정의 ‘3비 후보’”라고 공격했다.김병준 국민의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를 “자기 중심적인 전제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며 폭력적 심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사령탑’을 맡은 뒤 첫 대외 메시지부터 원색적으로 ‘이재명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후보가 과거 변호했던 조카의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살인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치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가 관련 발언을 사과한 데 대해서도 “편의상 그렇게 했을 뿐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데이트 폭력’이라 생각하고 이에 대한 시비에 분노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짜뉴스·막말 공방 우려
조수진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이 지난 25일 이 후보를 향해 “포르노 배우가 순정파 배우로 둔갑하려는 것도 무죄일까”라고 한 것도 논란이 됐다. 여권은 “수위를 넘은 막말”이라고 반발했다.이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17일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반려견) 엄마 김건희”를 대비하며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출산 경험 유무로 여성을 비교 하는 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한 의원은 20일 해당 글을 삭제하고 사죄글을 올렸다.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는 윤 후보가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뒤 부인 김건희 씨가 재직 중인 코바나컨텐츠로부터 받은 연봉이 2800만원 수준에서 2018년엔 급여 5200만원, 상여금 2억4000만원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제기했다.
이에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며 “경기도에서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수행비서직에 5급 공무원을 채용한 것이 더 문제”라고 맞불을 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윤 후보의 돌잔치 사진에 엔화가 올라 있었다고 했다가 ‘천환권’이란 반박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무런 확인도 없이 ‘가짜뉴스로 친일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여야는 지난 10일 윤 후보의 목포 방문 과정에서 ‘석식비 대납’ 논란에 대한 진실 공방을 벌였고 이는 상대 진영에 대한 고소 고발로 확전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폭탄주 회식 비용을 이광래 전 목포시의회 의장에게 대신 지불하게 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식사비를 직접 결제했다고 맞서고 있다.
9일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낙상 사고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졌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방송에서 ‘윤 후보 캠프에서 김씨의 낙상 사고 소식에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안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캠프의 검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녀 채용청탁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25일 김 전 의원이 직능총괄본부장에 임명된 직후부터 연일 “자녀 비리채용 논란이 있는 사람을 선대위에 앉혔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 전 의원은 딸의 KT 채용 청탁 의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결국 27일 SNS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야 통틀어 상대 진영 공격으로 선대위에서 물러난 첫 인사다.장성철 대구가톨릭대 사회과학과 특임교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는 물러나는 게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검증이 지나칠 경우 네거티브 공방으로 흘러 국민에게 정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